싸인이 맞아야 해먹지
“형님 호프 한잔 사주소!”
낮에 엄청 깨졌다면서 친한 직원 하나가 술 한잔 사달라고 폰을 했다. 마악 8시 됐나 보다. 잘 가는 맥주집으로 오라 해놓고 “또 술! 좀 쉬지” 하는 마누라 더러 “그러는 게 아이다. 애가 오늘 깨졌다찮어!” 하고설랑 옷을 입는 새에 또 벨이 울린다.
안받아야 될 전화였던가 싶다.
호출이다. 시월 2일 시작되는 전통 차사발 축제에 관해 아침 11시에 공문을 받았었는데 전달과정에 오류가 있었던 모양이다. 서류는 이미 다 만들어 최종결심이 남아 내일 통보하기로 되어 있어서 별 문제가 없는데 주최측에서는 그걸 저녁 7시까지 통지해 주기로 약속되어 있었다 한다.
공문 접수자가 내게 그런 사실을 말해 주지 않았거나 행사단체가 자기들 사정에 따라 말을 바꾸거나 둘 중에 하나일 것이며 아마 후자일 가능성이 짙다. 요즘 민간단체들 지들 입맛에 맞지 않으면 사건 몇배 부풀려 난리치기 쉽상이라 사무실로 나가지 않을 수 없다. 술집에 다 왔다는 직원 더러 전화를 해 사정을 말하니 그냥 가겠다고 일보라 한다.
저녁에 술이라도 한잔 했더라면 낭패를 볼뻔 했다.
차를 가속하여 사무실에 들어와 이너넷으로 결심 전인 자료와 어른 사진을 스켄하고 행사단체에 전화를 해서 이멜을 받았다. 사무국장이란 양반에게 왜 일을 이렇게 처리하느냐고 몇마디 따지니 이렇고 저렇고 변명을 늘어놓는데 알고 보니 순전히 지들 말이다.
자료를 보낸다 하니 받아 보고 바로 연락을 주겠다 해서 인터넷을 항해하고 있는데 40분이 넘어도 메일이 수신되지 아니할뿐더러 전화가 없다. 다시 핸폰으로 연락을 해보니 주위가 왁자지껄 한 것이 식당에 저녁 먹으러 와 있다 한다.
그렇게 바쁘다고 호들갑을 떨어 퇴근한 사람을 다시 사무실로 나오게 하더니 메일 확인도 않고 지들은 식당에서 노닥거리고 있는 것이다. 20분을 더 기다리다 전화를 하니 아직 사무실에 계시느냐고? 밥 다 먹어간다고! 보냈으면 잘 들어 왔을테니 그만 들어가시라고 한다.
“에이 씨브랄...xx”
정말 해주고도 욕이 바가지로 나온다. 인간들이 되먹질 못했다. 그 넘의 표 때문에 늘 질질 눈치보며 끌려다녀야 하는 팔자.....혹시나 싶어 자료와 사진을 내 메일에 담아 놓고 사무실을 나섰는데 아이고.....복도에 불을 하나 켜두었는데도 아무도 없는 줄 알고 당직자가 새콤을 걸어 출입문이 폐쇄되어 있다.
다시 계단을 더듬어 사무실로 올라가 당직실에 전화를 걸어 새콤을 해제하고 문을 열어 달라 했다. 키를 철거럭거리며 달려온 직원을 보니 전혀 낯선 것이 신규직원인지 죄송스럽다 한다. 미안하긴 내가 더하지.
10시 유선57번에서 보여주는 일본 역사드라마 대망의 하루노부가 일본을 통일해 가는 과정을 시청하면서 “세상 살기 참 더럽네!” 라고 한마디 했더니 마누라 “인제 알았어!...” 하는데 넨장맞을.... 언제 어디 가서 대우 좀 받아보며 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