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야그

망상도

★진달래★ 2005. 11. 13. 19:08
 

 

꼬시래기...우럭...아나구...

어제 오후 삼계산 중간쯤 가다가 갑자기 회이야기가 나왔다.

지금 숭어회가 제철이란다.

대문 앞이 당항포 앞바다인 동네에서 자란 마누라는 회에 대해서는 일가견이 있다. 횟집에 들어가기 전 그 집 수족관부터 들여다 볼 정도이니 거의 도사라해도 손색이 없겠다.


그만 등산은 그쯤에서 포기하고 진해 망상도 어시장에 횟거리 사러 가기로 합의가 됐다. 아들에게 전화해서 차키를 아파트 밑으로 던지라 하니 벌써 낌새를 알아차리고 많이 사오라고 한다.


40여분을 달려 망상도 어시장에 당도하니 바닷물 흥건한 시장바닥에 다라이를 탈출한 감성돔이며 장어가 장바닥을 치고 있고 사람들 어찌나 많은지 발디딜 틈이 없다. 한바퀴 돌아보고 마음에 드는 가게에서 고기를 주문했다.


팔뚝만한 숭어가 세 마리에 만원 우럭 1키로 2만원 장어 1키로 만원 아나구가 1만5천원이란다. 오랜만에 꼬시래기도 좀 살까 하는데 주문하고 보니 고기가 넘 많은 것 같은데 사장님 벌써 고기 대가릴 다 꺽어 놓았다.


기다리는 동안 시장 간 마누라 조개랑 고등어를 봉지봉지 사오는데 고등어 한 마리가 500원이란다. 확실히 경매장이 있는 곳이 싸긴 싸다.


얼음 가득 채워 돌아오는데 두 번이나 길이 헷갈려 되돌아왔다. 차도 밀리는데 갈 때 두 번 올 때 두 번 그러다 보니 해가 져서 깜깜하다. 확실히 나는 길치인 것이 그것만 해도 서러운데 마누라 언제 한번 바로 가는 날이 없다고 아픈 곳을 들쑤신다.


오는 동안 마누라 회가 많다고 자꾸만 뒷자리서 구시렁대길래 실컨 한번 먹어보자고 했다. 집엘 도착하니 아이구 큰일이다. 기다리던 애들 배가 고파서 감홍시랑 피자를 먼저 먹었단다. 야채 씻어 탁자에 회를 펼쳐 놓으니 세소쿠리인데 이건 장난이 아니다.


먹기도 전에 바짝 질리는 것이 더 안 먹혀진다. 애들마저 배가 부르다고 젓가락질 깐작거리니 생각도 없이 많이 주문한 내가 타깃이 된다.


“니가 많이 사오랬찮어 더 먹어!”

“살려 줘여! 배 터져!”

“이걸 어쩔거야?”

“누구 좀 주지?”

“먹다가 어떻게!”


결국 한소쿠리 반이 남았다. 돈쓰고 욕먹는 기분 별로다. 알아서 처리하라는 마누라님 어명에 비닐장갑 끼고 회를 튀김가루에 비볐다. 식용유 펄펄 끓여서 한점씩 한점씩 하염없이 튀겨 냈다.


오늘 밥 없이 그걸 점심으로 먹고 아직 반이 남았다. 횟거리로 튀김 해먹기도 난생 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