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야그
할매
★진달래★
2006. 1. 12. 09:54
출근하는데 사무실 청소해주시는 할매가 면담을 좀 하자고 로비로 끌고 간다.
올해 예순다섯인 할매에게 청소일을 그만두라는 해고통지가 왔나 보다. 10여년전부턴가 관공서 청소업무가 민간용역회사로 넘어가 미화업무를 하던 직원들이 하루 아침에 봉급이 세토막난 것은 물론이고 신분도 보장받지 못하게 되었다.
할매가 55을 넘기면서부터 용역회사가 재계약을 안 하겠다는 걸 사무실에서 누차 부탁을 해왔던 것인데 이번에는 좀 어려울 것 같아 보인다. 영감님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혼자 사시는데 이 일을 못하면 생계수단이 없어지는 것이다.
살기가 딱하다는 것은 이해되지만 용역회사가 걱정하는 근무 중 불의의 사고와 그 사후문제도 무시할 수 없는 형편이다. 연세드신 분이 청소하다 쓰러지기라도 하면 그 책임을 누가 진단 말인가?
할매는 올 1년만 더 청소할 수 있도록 용역회사 사장한테 부탁을 좀 해달라는 것인데 알았다고는 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작년 재계약할 때도 - 혈압 - 뇌졸중 - 등의 불의의 사고에 회사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각서를 썼는데 올해도 열 번이라도 쓰시겠다고 하면서 아직 팔팔하다고 하신다.
근데 직원들 일부의 의견도 엇갈린다. 더 젊은 사람이 청소를 해주면 더 잘하지 않겠냐는 것이고 할매는 넘 오래되서 매너리즘에 빠진 면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전혀 틀린 이야기는 아니겠으나 왠지 씁쓸하게 들린다. 나이는 시대를 거스르지 못하는가 보다.
사람들로 북쩍대는 극장에 장막이 내려지는 그런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