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야그

청소

★진달래★ 2006. 2. 20. 10:43
 

 

모처럼 대청소를 했다.

일요일 꼬박 쉬어보는 것이 11월 이후 첨인가 싶다. 스팀청소기 사주면 하루에 너댓번은 청소할 것 같더니만 왠걸 아직 두 번 밖에 사용을 안해 봤단다. 어이구 먼지야~~~~


물 갖다 붓고 전기 연결하고 할라니 귀찮아서 그냥 궁댕이 처들고 걸래로 닦는 게 낫다나  뭐라나....아프리카에 빨간내의 사준다고 걔들이 입나? 하옇던 창고에 막대걸래가 세 개나 잠자고 있으니 마누라가 살림을 잘하는 건지 마는 건지.....원.....


베란다 창고에 컴퓨터 본체가 세 개 모니터가 1개 비디오가 1대 전화기 2대 보온밥통 1개 얻어온 도자기 등등.....어지럽다. 애들 장난감 1박스는 동네꼬맹이들 주자고 남겨 뒀다. 다 꺼내 놓고 보니 너무 많아서 갖다 나르기도 벅찬데 마누라는 비뚜루미 소파에 누워서 애들과 TV 보고 있다.


좀 거들어 달라니 자기는 매일 하는 건데 한번 하면서 뭘 그러냔다. 말 안하는 게 낫다. 경비실에 컴퓨터 버릴라는 데 어찌하면 되냐고 물으니 수거업체에 신고해서 기기 하나에 3천원짜리 스티커를 붙여 내놓아야 한단다. 버리는데도 돈이 든다.


아직 쓸만한 거라 아까운 생각에 모조지에다 컴퓨터 비디오 필요하신 분 쓰고 연락처 적는데 마누라 들여다보고 또 한소리 거든다. 이걸 거실에 쌓아두고 어느 천년에 달라는 사람 기다릴 거냐고? 하고보니 그것도 그렇다.


큰놈이 어디 엿 바꿔 먹을 데 없냐고 한다. 그래 고물상이 있다. 아무 고물상이나 전화를 했더니 음악이 나오고 고물상 안내멘트가 쏟아진다. 세상 참 많이 바뀌었다. 고물사장님이 품목이 뭐냐고 꼬치고치 묻고는 만원어치는 되겠다고 한다. 돈 주고 사간다는 것이다. 횡재했다. 근데 일요일이라서 못 온다고 한다.


에이 이걸 내일까지 거실에 쌓아두기는 좀 그렇다. 얼른 치웠으면 싶다. “그럼 관두쇼....아직 새거라서 달라는 집이 있는데......” 눙쳤더니 이 양반 황급히 시간을 내겠다고 하면서 밖에 내놓지 말아달라고 한다. 밖에 내놓으면 누가 들고 갈까봐 그러는 거겠지.


돈 내고 버릴라다가 만원 벌게 생겼다. 늦둥이는 짜장면 시켜먹자고 한다. 두시간쯤 있다가 고물상 아저씨 전화 왔다. 30분 정도 걸리는데 지금 출발하니 복도에 좀 내놓으란다.


끙끙대면서 복도로 날랐다. 만원 벌기 힘들다.

그런데 이 고물상 아저씨가 30분이 한참 넘었는데도 도무지 소식이 없다. 올 때가 됐는데 싶어 두 번이나 베란다 밖을 내다보다가 복도로 나가봤더니~~~에그머니, 언제? 다 가져 가버렸다.


아무리 내다버릴 쓰레기라지만 세상인심 참 고약하다. 굳이 만원 안주겠다면 치워주는 것만 해도 고마워 할 일인데 그걸 훔쳐가듯 들고 가버리다니......에이 도둑넘...10원 100원.......

 

마누라가 하하하 웃는다.

“당신 참 순진하다! 그 양반이 전화할 때는 아파트 입구에 와 있었던 건데....?” 한다.

 

제길.....넨장이다.

그래도 창고가 깨끗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