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야그

쑥떡

★진달래★ 2006. 4. 3. 11:09
 

                       야생화님의 플래닛사진

 

일요일 아침 6시.

축축한 봄비가 컴컴한 어둠 속에서 흩날리고 있었습니다.


휴일 날씨가 이 모양이면 등산이고 나발이고 그냥 방콕에서 전신 엑스레이를 찍는 수 밖에 없습니다.


쉬하고 재취침에 돌입하려는 찰라 찌리리~~~전화가 울립니다. 예감이 안 좋습니다. 최근 녕감이 꾀가 좀 늘었는데 핸폰하면 발신자 확인해서 안받는 수가 더러 있으니 꼭 집전화로 호출을 합니다.


이 추적거리는 빗속에도 불구하고 북부축구연합회가 대회를 속행한다고 얼른 8시 40분까지 대령하라 합니다. “며칠 조용하더라니~~~” 더 자고 싶었던 마누라가 툴툴거립니다. 조조군사가 별 수 있습니까요?


눈곱도 못 떼고 사무실에 도착하니 썰렁한 냉기가 몸으로 스며듭니다. 컴퓨터를 켜니 이름도 성도 모르는 묘령의 팬이 장문의 편지를 보내 왔습니다. 친구를 배려하지 말자라는 퍼온 글을 보고 즐거워지셨다 하는데 다행이지요.


파일을 열어 인사-스포츠-축구대회-북부동연합회 들어가 회장을 비롯하여 대회성격을 검토하고 A4 한장 분량을 만들었습니다. 일년에 대여섯번을 차는 축구대횐데 대충 한 말씀하면 될 것을 참 말발 안 느는 녕감입니다. 8시 30분이네요.


녕감사무실 도착하니 직원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엔간히 기다렸나 봅니다. 어느새 비가 멈추고 해가 쨍쨍합니다.


아침 한 숟갈 먹고 나니 애들이랑 쑥 캐러 가잡니다. 줄래줄래 마누라 뒤따라 숫놈 셋이 삼계산으로 올랐습니다. 봄바람이 지랄을 하는데 대학 입구 산비탈에는 쑥이 지천입디다.


첨에는 쭈삣거리던 큰놈도 쑥을 한번 캐보더니만 재미가 있는 모양입니다. 근래 학교가기 전에 거울 들여다보고 머리 만지는 시간이 점차 늘어가는 것이 사춘기인지 기미가 심상찮습니다.


늦둥이놈은 배가 나와서 쪼그려 앉아 쑥 캐는 것이 아주 힘든 모양인지 씩씩거립니다. 줄넘기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을 하는데 한 배에서 나온 놈들이 한 놈은 너무 먹어서 탈 한 놈은 안 먹어서 탈입니다.


쑥을 들고 떡집으로 갔습니다. 배달중이라는 쪽지에 전화번호를 써놓고 문이 잠겨 있어 10여분을 기다렸는데도 주인이 나타나지를 않아 전화를 걸었습니다. 근데 오늘은 쉬는 날이랍니다. 그럼 뭣땜에 배달 중이라 해가지고 기다리게 하느냐 했더니 웃으면서 원래 그렇게 한답니다.


언제부터 배달 중이라는 말이 휴업이라는 말이 됐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쑥떡 한되에 18.000원이라고 쑥 잘 씻어서 내일 오시랍니다. 쑥 떡 맛보기 어렵습니다.


근데 오다 보니 다른 떡집이 보입니다. 부부가 김이 펄펄나는 떡시루를 내리고 있는 중인데 아주 반갑게 쑥을 받아듭니다. 한되에 15.000원한다면서 6시까지는 드시게 해주겠답니다.

1분 걸어서 3천원 벌었습니다.


현관문 앞에 하이타이 풀어서 신나게 밀대질하고 있는데 쑥떡배달이 오더군요. 아주 맛있게 보이는 진녹색의 따끈따끈한 쑥떡과 콩고물이 따로 포장되어 왔는데 봄 향기가 물씬 배어 있었습니다.


마누라님 가족끼리 쑥 캐서 떡 해 먹기도 첨이라면서 아주 행복해 합니다. 근데 떡은 맛이 있는데 세덩어리를 다 먹어치울려면 흐이구.....질리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