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야그

참외부루스

★진달래★ 2006. 4. 27. 10:56
 

                          

 

어제 직원사이트에 광고가 하나 뜨기를,

농장에서 금싸라기 초불참외를 따는데 직원에게 우선적인 구매기회를 주겠노라는 내용이었다.


예로부터 초불 생산되는 부추와 참외는 귀한 것이라서 첫 수확물은 가족이 먹고 남으면 사돈에게로 보낸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다.


해마다 기회를 놓쳤던지라 얼른 메일로 한박스를 주문하고 처가에 택배를 부탁하려는데 아무리 생각을 해도 처가의 집 번지가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다.


바리바리 전화를 해도 등산간 마누라가 전화를 안 받지.....핸폰 좀 가지고 다녀라 하면 무겁다느니 족쇄라느니......흐이구...아프리카에 내의 사주면 뭣하냐.....사람 참 미치게 한다.


정비공장하는 작은 처남에게 전화를 했더니 일이 처밀린다느니 결혼할 아가씨 델고 인사하러 오겠다느니 지이야기만 잔뜩하고서는 번지를 일러준다. 말이나마 지 부모 먹을 거 챙기는데 고맙단 말을 안한다. 딸이나 아들이나 결혼해서 애 낳아봐야 시근이 드는 모양이다. 겨우 턱걸이해서 주문에 성공했다.


저녁에 요새 도대체 몇시에 산에서 내려 오냐니깐 마누라 “왜 뭣땀시 찾았냐? 나도 내 생활 좀 하자!” 그런다. 넨장.....누가 생활 못하게 치맛자락이라도 붙잡고 늘어졌나? 관두자 마....관 둬!


마누라는 안방에서 나는 거실에서 티비랑 노는데 전화가 왔다. 장모님이신가 보다. 히히호호~~ 해쌓더니 마누라 별 안 좋은 얼굴로 거실에 나와서는 왜 상의도 없이 맘대로 선물 보냈냐고 짜증을 낸다. 황당하다.


“어이...다른 집에서는 처가 안 챙긴다고 마누라들이 불만이라는데 당신은 뭐가 잘못된 거 아녀?” 마누라 제발 안 챙겨도 좋으니 이야기 좀 하고 보내도 보내란다.


마누라 형제가 아홉인데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고 사업 부도난 동서도 있고 살던 집 내놓은 형제도 있고 그런 모양이다. 그나마 비교적 안전한 직장이 있는 넷째 다섯째 막내가 절기마다 장인장모께 토속음식 한번씩 택배로 보내는 정도인데 그게 뭐 대단하다고 어려운 형제들이 전화로 돈 이야기를 하는 모양이다.


월급쟁이 사는 게 다 아는 형편인데 마음은 있지만 선뜻 도와 줄 입장이 못 되면서 비싸지도 않은 토마토 단감 참외 한박스 보내 형제간에 소문나고 또 돈 이야기 나오면 스트레스 엄청 받는다는 이야기였다.


뜨거랄 껏!

뭐 주고 뭐 한다더니.....선물 보내고 이렇게 잔소리 듣기도 첨이다. 솔직히 아직 나도 첫물참외 먹어보지 못했다. 바닷가에 사는 늙은 장인장모 생각나서 초불참외 한 박스 보낸 게 이렇게 평지풍파가 일 줄이야.....


아침에 출근하노라니 마누라 쬐끔 미안한 눈치로,

산 팔고 논 팔아서 한뭉텡이 챙겨 간 처남도 있는데 월급쟁이 당신이 뭐한다고 그렇게 나서느냐고 그런다. 


여자가 참 야속하다.

올해 76인 장모님....사위가 보냈다면서 온동네 할마시들 다 불러 참외 깍으면서 얼매나 좋아할 것인데 넷째딸이라는 여자가 정말 너무하다.


내 오늘 이놈의 능력 없는 동서들을 다 어찌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