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기
아침에 샤워를 하고 면도를 하려는데 아무리 찾아도 면도기가 없는 것이다. 도로 옷을 걸치고 바깥 목욕탕에 뒀나 싶어 가보고 뒤로 떨어졌나 싶어 주방베란다를 뒤지고 거울로 비춰봐도 없는 것이다.
마누라를 불러 못 봤냐니까 그걸 누가 손대냐고? 아침부터 왠 뒤숭이냐고? 되레 나무라니 성질이 쓸 나려고 한다. 큰놈이 어제 다리털이 넘 많느니 어쩌느니 한 걸 들었길래 물어보라니까 3시에 잠든 애한테 그거 물어보려고 깨우랴? 한다.
늦둥이 더러 만졌냐니 그거 무서워서 난 손 안 대요! 한다. 다시 화장실을 순례하며 재조사를 하고 있자니 마누라 따라 다니면서 대체 무슨 면도기를 쓰냐고? 면도기가 그거 한 개 뿐이냐고? 열을 채우는데....
어이! 봐라!
결혼 이후 이때껏 내가 쓰는 면도기는 질레트 삼날면도긴데 아직 그걸 몰라? 화장실에서 매일 보는 거잖앗! 소리를 질렀더니 마누라 뭐라 퉁퉁거리면서 주방으로 가버리는 것이었다.
결국 공동목욕탕에서 쓰던 일회용 면도기로 대충 면도를 하고 밥을 먹는데 마누라 또 거는 것이다.
“당신은 내가 매일 쓰는 화장품이 어떤 제품인지 알어?”
“.
.
.
.
마! 밥 먹자........엉! 출근해야 돼!”
요새 날씨 탓인지 도통 말도 안되는 일로 투닥거리는 일이 많아서 이쯤에서 말을 잘라야지 싶었다. 어저께는 다 본 비디오 얹어두는 장소 때문에 싸웠다. 영화를 보고나서 비디오 테잎을 나는 오디오 위에다 얹어 두는데 마누라는 그 오디오 위를 모조품 꽃으로 장식해 둔지라 꽃잎이 비디오 테잎에 눌려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다른 데 좀 놓아라....그게 생화도 아닌데 좀 눌리면 어떠냐?
...아이구 덥다 더워!...
출근하면서 큰놈 일어나면 상세히 수사를 해봐라 했는데 찾아놨는지 모르겠다. 마누라야 없으면 하나 더 사면되지 하지만 몇 년을 써오면서 익숙해진 일상용품은 없어지면 참 허전한 법이다.
도대체 어제 아침에 쓰고 놔둔 면도기가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