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드래건호텔에서 작은 처남이 늦장가를 갔습니다. 멀끔하게 생긴 큰 처남이 고시공부한다고 하세월이니 그 피해는 작은 처남한테 미쳐서 결국 오래 묵은 총각이 되고 말았습니다.
더 잘 생긴 작은 처남은 일찌감치 결혼할 여자도 두고 있었는데 작은 아들이 먼저 상투를 튼다는 건 조상에 대한 예가 아니라고 장인어른 펄쩍 뛰시는 바람에 그간 여러 사람 속이 많이 탔었지요.
어쨌거나 작은 처남이 나이 40을 바라보니 하는 수 없이 그 고집을 굽히신 것인데 하이그...식장에서나 폐백에서나 영감 입이 안 다물어지더만요. 손님 다 가시고 뒤풀이 하는데 노래를 자그만치 10곡을 하셨다는 거 아닙니까? 연세가 81이신데 말이지요.
근데 말입니다. 예식장과 식당에서 전혀 일면식도 없는 몸이 많이 불편한 노인 한분이 줄곧 자리를 함께 하는데 처가댁 사람들이 그 분 모시는 태도가 아주 깍듯하더란 말입니다. 넷째사위라고 인사를 하긴 했어도 누군지 아주 궁금하더군요.
알고 보니 올해 연세가 78이신데 말기 간암으로 복수가 차서 그렇다더군요. 몸이 그 정도이신데 어떻게 여길 오셨냐고 물었더니.....
52년 전 그 분이 막 장가를 든 26살 때 바다에 나갔다가 배가 전복되었는데 근처 양식장에 계시던 처의 조부되시는 분이 “사람 살려~~~” 하는 소리를 듣고 배를 저어가서 목숨을 구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제 처가는 대문 앞이 바다인 동네이고 아직도 꼬막 양식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 사고난 때가 겨울이라서 3분만 늦었어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거라는데 그렇게 생명의 은인으로 장인어른과 의형제를 맺어 지금까지 50여년을 동거동락해 오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장인어른이 세살 위이시라 깍듯이 형님으로 모시는데 그 분의 처가댁 사랑이 보통이 아니더군요.
사연을 알고 저도 다시 깍듯하게 인사를 드렸더니 그 분 아들이 또 출세를 해서 높은 데 계시다고 하더군요. 요새 살기도 어려운 마당에 덕을 좀 볼까 싶어서 촌수를 따져 보려니 이게 영 계산이 안나오더이다.
장인어른의 의형제 아들이니 이런 경우는 도대체 사돈의 팔촌도 아니고 촌수 계산을 어찌해야 되는 건지 아시는 분은 얼른 좀 알려 주시와요....ㅊㅊ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