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세상야그 345

인연

지난 4.4일 저녁 8시가 넘어 그 양반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이름에다 ‘씨’ 자를 붙여서 조심스럽게 댁이 맞느냐고 묻기에 “아! 의장님 오랜만입니다!” 하고 대답하니 핸드폰에 저장해 뒀냐고 고맙다고 말하더군요. 오래전 얘기입니다만 시의회 의장을 세 번 할 동안 모셨던 양반인데 돈도 많고 자식들도 다 출세한 복 많은 어른입니다. 제가 퇴직한 지 4년째인데, 이 양반은 지역에서 워낙 비중이 있는 사람이라 나이가 팔순임에도 굵직한 행사마다 초청이 돼서 한 말씀을 해야 했기에 그때마다 인사말을 만들어 카톡으로 보내달라고 하곤 했었지요. 뭐 지나가는 말로 밥 한 끼 하자는 말도 곁들여서 말입니다. 근데 이번에는 진짜 밥 먹자고 전화를 한 것입니다. 민물장어집으로 나오라고 하더군요. 어제 친구들하고 술을 한잔했..

세상야그 2024.04.08

세상 인심

2023.11.4.15:00 퇴직 3년차에 아들 장가를 들이고 보니, 왜 선배 공무원들이 제대하기 전에 자식 하나쯤은 꼭 결혼을 시키라고 했는지 알것 같았습니다. 인륜지대사를 마치고 돌아와 방명록을 들춰보니 이건 반토막이 아니라 절단이 났더이다. 그나마 정이 남아 있는 직원도 외면한 인간이 있을 뿐 아니라 국과장을 지낸 인물들은 전멸이더군요. 고위직이라 받는 것에 익숙해서 일까요? 아니면 '앞으로 니 얼굴 볼 날이 있나? 인가요? 그래도 그렇지 경조사비를 받았더랬으면 상부상조하는 것이 예의 아닐까요? 쪼잔한 놈들... 36년째 적을 두고 있는 문인단체도 비슷했습니다. 명색 글을 쓰는 사람들이 상부상조의 의미를 모르지는 않을 터, 어떻게 그리 맹숭한 얼굴로 웃으며 사람을 대하는지 모를 일입니다. 그런 인물..

세상야그 2023.11.11

고래가 떠나다

아래층 고래가 갔다. 15~6년간을 술을 처마시고 새벽까지 소리 지르고, 세간살이 집어던지고, 가족과 죽일 듯이 싸우더니 장마가 소강한 틈을 타 짐을 내리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났다. 한밤의 이 평화, 이 고요. 이 당연한 일상이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도 되는 건지 불안하기까지 하다. 미운 정도 정이라고 그래도 위아래층을 돌면서 그간 본의 아니게 미안했노라고 인사 정도는 하고 갈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사과할 줄 아는 인간이라면 그렇게 했을라고? 아내가 씁쓸히 웃었다. 그래도 한때 한 달포 정도 조용한 적이 있어서 술을 끊었나? 했더니 팔에 깁스를 하고 있었다. 술 처먹고 나자빠진 것이겠지....! 어느 동네 어느 아파트로 이사를 갔는지 나에겐 큰 행운이지만 그 아파트 주민이 참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싶..

세상야그 2023.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