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집안야그 166

아버지 나의 아버지

수십 년 전에 타계하신 아버지는 일제 강점기 시절 강제징용 피해자입니다. 돌아가시는 그해까지도 징용의 잔인함과 서러움에 치를 떠시며 온몸으로 증언하시곤 했지요. 죽음보다 더 처절했던 아버지의 강제징용 이야기는 너무 많이 들어서 한잔 드시고 이야기 시작하시면 자리를 몰래 피하거나 듣기 싫다고 그만하시라고 말리곤 했었습니다.  그랬던 것이 오늘날 친일 찌꺼기들이 X같이 씨부렁거리는 뉴스를 보는 날이면 그때 좀 더 참고 아버지 이야기를 들어드릴 걸 싶어 말린 것이 몹시 후회스럽습니다. 지난 이야기지만 질풍노도의 시기였던 고등학교 2학년 무렵에 자식 된 도리로 아버지의 한을 풀어 드리겠다고 자율학습이 끝난 밤중에 책가방에 칼을 숨겨 아버지를 징용 보냈던 면장을 죽이려 찾아간 적도 있었습니다. 한번은 집이 비어서..

집안야그 2024.09.23

아들 장가 보냅니다!

오는 11월 4일 토요일 결혼합니다. 둘다 공무원으로 아들은 국가교육 예산을, 며느리는 시예산 업무를 처리하느라 같은 은행을 출입하였는데, 그 은행의 차장이 소개팅을 해줘서 그리 만나게 되었답니다. 제가 결혼할 당시에는 별 어려움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이 된거 같은데 부모가 되어 자식을 장가 보내려니 챙겨야 될 것이 얼마나 많은지 참 복잡하네요. 사돈이 현직에 있어서 그쪽으로 식장을 잡았는데 거리가 멀다보니 하객들 모시는 것도 신경이 쓰이고 이리저리 부모되기 힘들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퇴직한지 3년이 지나 일했던 직장에 알리는 것이 민폐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간 경조사에 인사한 곳을 다 기억해 낸다는 것도 어렵고......그럭저럭 카톡으로 공지하기는 했습니다. 요즘 예식은 주례사도 없고 폐백도 생략하..

집안야그 2023.10.17

어부지리(漁父之利)

결혼 생각이 ‘아직’이라던 아들이 근래에 눈 맞은 아가씨가 생겼다. 콩 까풀이 씐듯하다. 업무상 자주 들리던 은행의 차장이 대전시에 근무하는 여직원을 소개해준 모양인데 아들도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의 여자를 찾기는 힘들 것 같다고 한다. 아가씨는 아들보다 한 직급이 위이고 어머니가 대전시의 사무관으로 재직 중이라 했다. 그간 직장 상사 몇몇이 소개팅을 주선해 주기도 했는데 다들 별로라고 시큰둥하기에 이번에도 그러려니 했다. 근데 아들이 추석을 쇠러 오는 날 아가씨가 같이 온다고 했다. 부랴부랴 추석 하루 전날 영업하는 식당을 찾아 예약하고 기차역에 가서 둘을 픽업해 왔다. 서로가 공무원 집안이라 얘기도 별 어렵지 아니하고 편한 분위기에서 식사하고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고 집에 와서 잠시 쉬다가 기차역에 ..

집안야그 2022.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