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집안야그 164

어부지리(漁父之利)

결혼 생각이 ‘아직’이라던 아들이 근래에 눈 맞은 아가씨가 생겼다. 콩 까풀이 씐듯하다. 업무상 자주 들리던 은행의 차장이 대전시에 근무하는 여직원을 소개해준 모양인데 아들도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의 여자를 찾기는 힘들 것 같다고 한다. 아가씨는 아들보다 한 직급이 위이고 어머니가 대전시의 사무관으로 재직 중이라 했다. 그간 직장 상사 몇몇이 소개팅을 주선해 주기도 했는데 다들 별로라고 시큰둥하기에 이번에도 그러려니 했다. 근데 아들이 추석을 쇠러 오는 날 아가씨가 같이 온다고 했다. 부랴부랴 추석 하루 전날 영업하는 식당을 찾아 예약하고 기차역에 가서 둘을 픽업해 왔다. 서로가 공무원 집안이라 얘기도 별 어렵지 아니하고 편한 분위기에서 식사하고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고 집에 와서 잠시 쉬다가 기차역에 ..

집안야그 2022.09.17 (20)

TV OUT

내가 잘했니! 네가 잘 못했니! 침을 튀기며 공격하고 방어하는 정치토론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화면이 사라지고 목소리만 왕왕거리는 것입니다. 순간적으로 정전인가 했네요. 셋톱박스와 티비를 연결하는 선들을 뽑아서 다시 꽂아보고 껐다가 다시 티비를 켜 봐도 이건 그냥 90만 원짜리 라디오가 된 것입니다요. 바야흐로 구입한지가 몇 년이더라 계산까지 등장하고 보니 7년째 가전인데 고작 그걸 사용하고 벌써 고장인가? 싶네요. 하는 일도 없이 놀고먹는 처지라 티비를 싣고 아들이랑 서비스센터를 찾아갔더니 "요새 티비 수리가 왜 이리 많지?" 하고 짜증 비슷하게 내는 담당 기사가 말하기를 앞에 접수된 티비가 30여대 있어서 이틀 후에나 연락을 드리겠다고 집에 가시라고 합니다. 티비가 없어 공허해진 거실 벽을 바..

집안야그 2020.08.20

하늘나라가 정말 있을까요?

지난 7월 24일, 7년여를 요양원 생활을 하시던 장모님께서 하늘나라로 떠나셨습니다. 하늘나라라는 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있다면 그곳에서는 아프지 않으시기를 빌었습니다. 이어지던 장마가 발인 날은 얼마나 맑고 쾌청하던지! 날씨를 보고 다들 장모님께서 좋은 곳으로 가셨다고 했지만 좋은 곳이라는 데가 죽어서 가는 곳이라면 그게 정말 좋은 곳일까요? 다 산사람들의 바람이고 욕심이겠지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은 곳이랍니다. 많은 딸들이 그리 애처롭게 울어도 한 다리 건너인 저는 사실 크게 눈물이 나지 않았는데 운구차가 장모님 살던 동네를 들렀을 때 멀리서 알아보고 울면서 달려오는 마을 할머니들을 보고서는 눈물이 왈칵 나더군요. 고구마 밭에서도 울고 산에서 일하는 할머니도 울고.....살날이 살아온 날들보다 ..

집안야그 2020.08.04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