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집안야그 165

아들 장가 보냅니다!

오는 11월 4일 토요일 결혼합니다. 둘다 공무원으로 아들은 국가교육 예산을, 며느리는 시예산 업무를 처리하느라 같은 은행을 출입하였는데, 그 은행의 차장이 소개팅을 해줘서 그리 만나게 되었답니다. 제가 결혼할 당시에는 별 어려움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이 된거 같은데 부모가 되어 자식을 장가 보내려니 챙겨야 될 것이 얼마나 많은지 참 복잡하네요. 사돈이 현직에 있어서 그쪽으로 식장을 잡았는데 거리가 멀다보니 하객들 모시는 것도 신경이 쓰이고 이리저리 부모되기 힘들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퇴직한지 3년이 지나 일했던 직장에 알리는 것이 민폐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간 경조사에 인사한 곳을 다 기억해 낸다는 것도 어렵고......그럭저럭 카톡으로 공지하기는 했습니다. 요즘 예식은 주례사도 없고 폐백도 생략하..

집안야그 2023.10.17

어부지리(漁父之利)

결혼 생각이 ‘아직’이라던 아들이 근래에 눈 맞은 아가씨가 생겼다. 콩 까풀이 씐듯하다. 업무상 자주 들리던 은행의 차장이 대전시에 근무하는 여직원을 소개해준 모양인데 아들도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의 여자를 찾기는 힘들 것 같다고 한다. 아가씨는 아들보다 한 직급이 위이고 어머니가 대전시의 사무관으로 재직 중이라 했다. 그간 직장 상사 몇몇이 소개팅을 주선해 주기도 했는데 다들 별로라고 시큰둥하기에 이번에도 그러려니 했다. 근데 아들이 추석을 쇠러 오는 날 아가씨가 같이 온다고 했다. 부랴부랴 추석 하루 전날 영업하는 식당을 찾아 예약하고 기차역에 가서 둘을 픽업해 왔다. 서로가 공무원 집안이라 얘기도 별 어렵지 아니하고 편한 분위기에서 식사하고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고 집에 와서 잠시 쉬다가 기차역에 ..

집안야그 2022.09.17

TV OUT

내가 잘했니! 네가 잘 못했니! 침을 튀기며 공격하고 방어하는 정치토론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화면이 사라지고 목소리만 왕왕거리는 것입니다. 순간적으로 정전인가 했네요. 셋톱박스와 티비를 연결하는 선들을 뽑아서 다시 꽂아보고 껐다가 다시 티비를 켜 봐도 이건 그냥 90만 원짜리 라디오가 된 것입니다요. 바야흐로 구입한지가 몇 년이더라 계산까지 등장하고 보니 7년째 가전인데 고작 그걸 사용하고 벌써 고장인가? 싶네요. 하는 일도 없이 놀고먹는 처지라 티비를 싣고 아들이랑 서비스센터를 찾아갔더니 "요새 티비 수리가 왜 이리 많지?" 하고 짜증 비슷하게 내는 담당 기사가 말하기를 앞에 접수된 티비가 30여대 있어서 이틀 후에나 연락을 드리겠다고 집에 가시라고 합니다. 티비가 없어 공허해진 거실 벽을 바..

집안야그 2020.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