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일터야그 260

재계약

1월 30일 14:00시 박물관 보조운영자 면접이 있었다. 작년엔 서류 합격자가 4명이었는데 올해는 두 명이었다. 규정도 까다로워지고 자격증명 서류가 많아졌다. 면접 대기 중에 한사람이 포기한다고 했다. 교사 출신이라더니 경쟁율이 확 줄었다. 단독면접이라지만 역시나 조금은 긴장이 되었다. 외부면접관인 교수가 박물관, 미술관 진흥법에 대해 질문했다. 헉! 보조운영자에게 법 관련이라니...? 혹시나 싶어 외워두었던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제12조에 대해 나름대로 답변을 했다. 면접관들끼리 고개를 끄덕이며 뭔가 속삭이는게 보였다. 공무원인 듯한 다른 두 면접관은 현장근무 중 애로와 관람객의 불만사항 대처에 대해 집중 질문했다. 이론을 공부한 사람과 실무를 아는 사람의 질문에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작년에 겪..

일터야그 2024.02.05

인간군상

사무실 앞으로 삼계~진영간 국도가 지나간다. 오토바이 한 대가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지르며 달린다. 이 좁은 나라에서 어딜 그리 급하게 가누? 비싼 걸 하나 산 모양이다? 니 인생도 앞으로 쫙쫙 뻗어나가길.... 미시라 하나? 젊은 새댁이 어린 딸 둘을 데리고 박물관에 왔다. 20대로 보이는데 아이가 둘이라니 나이가 가늠되지 않는다. 근데 작은 딸이 너무 운다. 악을 써대며 우는 데도 전혀 달래지 않는다. 달랠 기미도 안 보인다. 다른 관람객이 시끄럽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아이를 좀 달래라든가 바람을 좀 쐬고 오라든가 하면 바로 갑질이라고 항의할 것 같은 인상이다.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나갔다. 1~2층을 관람하는데 보통 20여분이 소요된다. 딸을 동반한 여자분은 족히 두 시간 넘게 딸과 도란도란 관람..

일터야그 2023.07.02

수도박물관에 온 개구리

올 어린이날은 폭우와 강풍이 함께 했다. 그래도 이 천재지변을 뚫고 가족들이 제법 많이 견학을 왔다. 우중의 이 관람은 아마도 부모들의 의중이 더 작용하지 않았을까? 아이들이 소정의 어린이날 선물을 받고 체험시설과 동영상을 관람하는 와중에 길 잃은 무당개구리 한 마리가 열린 현관 앞으로 기어 왔다. 한 아이의 놀라는 반가움에 아이들이 개구리 앞으로 집결하고 정적이 주위를 감쌌다. 수십억을 들여 지은 박물관의 체험시설과 재미있는 동영상이 한순간에 생태환경의 한 미물 앞에서 여지없이 쪼그라드는 순간이었다. 개구리의 인기는 막강했다. ‘개구리 키우고 싶다’ ‘개구리도 과자를 먹을까?’ ‘파리를 어디서 잡아와야 되지?’ 아이들은 벌써 마음속으로 개구리를 키우기 시작하고 있었다. 개구리와 더 놀겠다고 집에 가자는..

일터야그 2023.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