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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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기 싫은 전화!

2주 전이다. 언젠가 장어탕 사준 그 영감에게서 또 전화가 왔다. 잠시 망설이다 받았다. 벨이 울린 후 한 2~3초간 갈등하다가 받는 전화는 정말 받기 싫은 전화다. 아내가 눈치를 줬다. 연세 82인데 목소리 괄괄하다. 그래도 지금은 조금 내 눈치를 살피는 듯하다. 통화가 되는지? 혹시 저녁 식사 중인지? 물었다. 말씀하시라고 했다. 짜증이 풀썩! 일었다. 내가 퇴직한 지가 6년째이고 영감을 기관장으로 모시고 있다가 공천에 탈락한 후 이별한 지가 15년이 넘었는데 아직 아래 직원으로 여기는지, 뭔 일만 있으면 전화다. 전화기를 엎어 놓을 걸 싶어 후회된다. 심사가 틀어진다. “내가 일만 있으면 너한테 전화한다. 동민 체육대회 한다고 축사해 달라는데.” 올해는 시장 선거 후 첫 행사라 크게 한다고 신경을 ..

세상야그 2026.10.23

지난 추석!

추석 연휴 이틀이 근무가 잡혀 어린 손녀도 볼 겸 미리 추석 쇠러 아들네에 갔다. 삼대 온 식구가 한자리에 모여 핏줄의 흐름에 즐거워하는 동안은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공부만은 자신 있었다는 며느리가 다섯 시간 동안 준비했다는 저녁 만찬은 맛의 유무를 떠나 모두 감동했다. 책 보고 방송 보고 만들었다는 데 노력이 가상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들 집 거실에 하루 자도 좋겠더니만 굳이 숙소를 예약했다고 아들이 호텔까지 태워다 주고 갔다. 부모님 불편하셔서 안 된다는데 사실 며느리가 더 불편한 건 아니었을까? 36층 지상에서 내려다보는 시가지 전경은 죽여줬다. 해진 후 보이는 야경은 우주에서 내려다보이는 지구의 모습이지 않을까? 한동안 아내는 창가를 떠나지 못했다. 잘 정리된 도심을 가로지르는 강변을 따라..

집안야그 2026.10.13

꼰대

부추꽃 작은아들이 광역시에서 시민문화 강좌를 담당하고 있는데, 시민이 문화 강좌를 신청해 대회의실에서 청취하기까지에는 참으로 많은 절차가 소모된다고 한다. 기획안이 결정되면-기획안 결정에 시간이 많이 소모됨- 포스트 제작하여 각 기관에 협조 요청 공문, 그리고 강사 섭외, 강의 초안 검토, 출연료 조정에 심지어는 지리를 잘 모르는 외지 강사인 경우 기차역에서 픽업까지 동선을 정해야 한다나. 얼마 전 한 문화 강좌가 있었는데 시작 30여 분 전에 어떤 할아버지가 와서 막무가내로 강좌에 참석하겠다고 입실하려고 했단다. 그 문화 강좌는 한 달 전에 예약받은, 분임조 토의와 과제가 있는 강의라 사전 등록이 안 된 어르신은 참석할 수 없다고 공손히 설명하자니, 갑자기 언성을 높이며, 요즘 세상에 안 되는 게 어..

애들야그 2026.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