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화난야그

왕재수!

★진달래★ 2008. 5. 26. 10:55
 

 

기숙사 생활이 버릇이 됐는지 새벽 1시 전에는 잠을 못자는 아들을, 열 번도 더 깨워서 학원에 태워다 주려고 아파트 앞에 차를 대기 시켰더랬지요.


마침 어떤 아주 건강해 보이는 아줌마도 분리수거할 쓰레기를 가지고 와서는 자기 차에 싣고 있더군요.


한참을 있어도 아들이 내려오지 않아서 기다리는 김에 어제 비 맞은 차나 좀 말리자 싶어서 차문을 전부 다 열어놓고 뒷좌석을 정리하려고 엎드려 있는 찰라 뭔가 쿵! 차를 들이박는 겁니다.


쇳덩어리 끼리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 다음에 몸이 움찔하면서 잠시 멍해 있다가 일어나 보니 그 아줌마....서로 눈길까지 주고받아서 존재확인까지 마쳤던 그 여자의 큰 레져용 차가 내차의 뒷 범퍼를 핥고 있더군요.


못 봤다고....죄송하다고....언제 여기 있었냐고? 정신도 옳게 챙기지 못한 나에게 제 할말만 내리 쏟아내고는 전화를 하더니 나머지 이야기는 지 남편하고 하라는 겁니다. 어안이 벙벙하더이다.


아직 새 차인데 옆으로 박아서 휠바란스가 엇나가지나 않았을까? 오만 잡생각이 드는데 그 여자의 남편이 내려오더이다.


“이 여자가 도대체 운전경력이 15년이나 되가는데 한두번도 아니고...바지나 좀 치켜 입어라!”


소리를 빽 지르더군요. 하긴 나이가 50이 넘은 여자가 뭔 골반바지를 입고 엉댕이를 다 내놓고 다니는 건지...ㅊㅊ. 아마 내가 열 받아 있으니 미리 선수를 친 거겠지요.


그 때야 내려온 마누라와 우리 애들이 둘러서서는....아이고 새 차를 이리해서 어쩔껴? 오늘은 차 못 타겠네...등등.


명함을 받고 보니 같은 라인 20층에 사는 무슨 대표이사더군요. 때문에 다행히도 10원짜리는 많이 생략이 됩디다. 완벽하게 수리하라고 미안하다고 하는데 옆으로 받힌 차는 보이지 않는 속골병이 드는 것이니 억울할 따름입니다. 


범퍼값이 45만원이라네요. 분리수거 한번 하려다 돈 많이 깨잡수셨습니다. 그 여자 남편 말을 빌리자면 후진하다가 여러번 남의 차를 박으신 모양인데....아이고 그러고 보니 박고 나서도 그 여자 얼굴색이 아주 덤덤하더이다.


인간은 능히 환경에 잘 적응하는 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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