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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야그

늦둥이가 지내는 제사^^

★진달래★ 2009. 6. 10. 16:11

 

 

경주에서 실무자 교육을 받는 중에 숙부 기일이 도래했더군요. 제사에 술이라도 한잔 올리려면 명색이 숫놈이 하나 있어야 되는데...흠....다행히 늦둥이가 있더군요. 여자는 왜 제사를 지내면 안될까????


좌우지간에 핸폰으로 이리저리하라고 마누라에게 부탁을 해놨는데 다음날 아침에 전화를 했더니 제사는 잘 지냈는데 마누라가 일어나지를 못하겠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뭔 일이냐고? 놀랬더니 음복한 술이 안 깬다나~~~?


교육을 마치고 집에 와서 늦둥이 더러 “혼자서 제사를 다 지내고 우리 아들 다 키웠네!” 했더니 엄마한테는 비밀이라면서 쉿! 하더니 술을 올릴 때 술잔을 빙빙 돌려야 하는데 뭐가 없더라는 겁니다. 알고 봤더니 향을 안 피웠더라는....내 차암...이놈의 마누라가 향도 안 피우고 제사를 모셨다니....그러고도 제사를 아주 잘 지냈다고 음복술을 취하도록.....ㅋㅋ


근데 마누라 이야기를 들어보면 음....늦둥이가 학원을 마치고 와서 제사를 모시는데 절을 하면서 어찌나 오래 엎드려 있는지 배가 고파서 혼이 났다는 겁니다. 절을 쬐끔만 하라는 말도 못하고!


제사를 마치고 늦은 저녁을 먹는데 잔을 세 바퀴 돌려야 하는데 엄마는 향도 준비를 안했냐고 잔소리를 뭣같이 하고서는 아빠 대신 음복한다고 술을 한잔 원샷해버리더라네요.

 

그러고는 숙제하러 들어가더니만 한참 후에 도로 나와서 하는 말이 마지막 절할 때에 물을 올리고 인사를 해야 하는데 순서가 영 틀렸다고....제사 지내는 방법이 왜 이리 어렵냐고 투덜거리더랍니다.


순서가 뭐 중요하겠는지요? 제사 안 지내고도 잘 먹고 잘 사는 사람이 많은데....다 산사람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 아닐런지?


아들 없는 숙부 제사를 20년 넘게 모셔오면서 제사 때마다 이제 사촌누이한테 제사를 돌려줘야지! 하고 마음을 먹는데 아직까지 실행을 못하고 있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 때문입니다. 당신 동생 제사는 저한테 맡기고 싶으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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