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게 또 날아왔네요
배수로 주변을 정리하고 선풍기 앞에서 옷을 말리고 있는데 경비실에서 전화가
오더군요.
“과장님 올라오십니다!”
헤벌래하고 있다가 의관을 정제하고 나갔더니 부서장 왈
“니 얼굴 보러 왔다!” 하더군요.
뭐 짜달시리 반가운 얼굴은 아니지만은 얼굴 보러 산속까지 찾아와 준 사람이니 고맙지요.
사무실로 들어와 모니터 보면서 낙동강 수계부터 취수, 송수 과정을 요약해 보고를 하려하는데 “알아서 해라....급한 일은 즉시 보고하고!” 그러고 마는 겁니다.
하긴 지역경제국에서 관광 업무를 하다가 산속에 올라와 물 공장 돌리라니 무슨 흥미가 생기겠습니까? 아직 업무파악도 못했겠지요.
“개는 좀 컸나?”
이 화상이 내를 보러 온 것이 아니라 잡아먹을 개 보러 온 거 아녀?ㅊㅊㅊ
종일 날아가지도 않고
경비실 옆에 있는 놀랭이에게 갔는데 지 잡아먹을 인간인 줄 알았는지 바닥을 빡빡 긁으면서 짖어대는 겁니다. 입맛을 다시던 부서장이 고개를 살살 흔들더니 “아무래도 너무 작아~~” 하는 겁니다. “예...아직 어립니다. 이제 겨우 4개월 키웠습니다” 놀랭이의 명줄이 연장되는 순간이었지요. 내년 여름 복날에 보자고 하더이다. 놀랭이 살았다~~~~!
얼음커피를 한잔 마시더니 “칡넝쿨이 참 많네!” 하더군요. 결국은 합판이랑 철망을 구해 줄테니 토끼를 대여섯마리 키워 보라는 겁니다. 토끼고기 요리는 지방질이 전혀 없어서 살살 녹는다나 뭐라나....
특별권력관계속의 하빠리는 이렇다 저렇다 자기 의견을 안 내놓는 게 때로는 건강에 좋습니다. 결국 토끼장 위치까지 정해주고 가더군요. 젠장맞을....인생 반평생에 토깽이까지 키우게 됐습니다.
그래도 즐겁습니다. 놀랭이 명줄이 1년 이상 유지가 됐으니까요....고마운 걸 알기나 하는 건지, 어제 퇴근하는데 놀랭이가 어찌나 섭섭해하며 짖던지...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