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목소리는 여전하네요!”
“ㅎㅎㅎ내 목소리는 장소 구분 없이 똑 같당께요!”
“근데요! 오징어 젓갈이 좀 쉰 거 같네요!”
“아이고...그래요? 그럼 다시 보내 드릴텐께..그건 버리든가 알아서 하랑께요!”
“가격은 얼만데요?”
“돈은 알아서 보내주셔! 안 줘도 되고ㅎㅎㅎ”
지난 3월 전북 부안군에 교육을 갔다 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부안군을 구경하면서 들렀던 곰소만젓갈 가게와의 인연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그때 사왔던 젓갈이 맛이 있어서 입맛이 없으시다는 장모님께 보내려고 6월에 택배주문을 했었더니 그 아줌마 자기 일처럼 고맙다고 덤으로 두개나 더 넣어 보내줬더군요. 그래서 인연이 길어지나 봅니다.
방학이 끝나서 아들이 서울로 올라가는데 하숙비가 부담스럽던 참에 법대 다니는 아들친구가 고시텔에 있다면서 환경이 좋다고 그리로 오라는 전화를 했더군요. 고시텔은 하숙집보다 방값이 20만원이나 싸면서 깨끗하고 조용하다는데 무엇보다 평일 점심과 토, 일요일 아침밥이 없던 하숙집과 달리 매끼 식사를 제공해 주고 있어서 참 맘이 놓이더군요.
낯설고 물 선 서울 하숙집에서 밥을 안 주는 점심과 휴일 아침밥 해결에 애를 먹었다고 하는데 보나 안 보나 휴일에는 늦잠자고 일어나 아침은 늘 굶고 지냈을 것이라 저거 엄마는 맘이 아프던 참이었지요.
고시텔에서는 밥하고 김치, 라면, 계란은 항상 제공한다는데 추석 때 내려오면 다른 밑반찬도 좀 줄까 하던 참에 부안군 곰소만젓갈을 주문하게 된 것이지요. 여름철이라 그런지 택배 온 젓갈을 보니 낙지젓은 괜찮은데 오징어 젓갈은 약간 시큼한 맛이 나는 것이 상했나 싶더군요. 그래서 가게 아줌마랑 통화를 하게 된 것입니다.
젓갈 값은 보내줘도 좋고 안줘도 좋다는 그 밝은 목소리가 듣는 사람을 얼마나 기분 좋게 하는 건지? 믿는다는 것은 사람과의 관계를 정말 편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뭐 그것이 장사수완이라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이지만 수많은 관광객이 스쳐 지나가는 그 짧은 시간의 만남을 기억하고 목소리를 기억하는 것을 어찌 장삿속이라고만 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마음이 착한 사람이 저에게 주는 무형의 정이 아니겠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