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세상야그

이상한 일.....

★진달래★ 2013. 10. 2. 09:43

 

지심도

 

 

 

요즘 날씨도 선선해서 걸어서 출퇴근을 하고 있는데 최근 연달아 좀 이상한 일이 자꾸 생깁니다. 산책로를 빠른 걸음으로 1시간 정도를 걸으면 와이셔츠가 땀에 젖습니다. 그래서 출근 때는 약간 살살 걸어야 됩니다. 걷다보면 자연히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 가끔은 낮에 만든 서류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게 되어 실수를 면하게 되는 일도 생기니 걷는 것이 여러모로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제는 모처럼 퇴직한 직장 선배를 만나 한잔하고 걸어가는데 골목길 전봇대 밑에 왠 할머니가 꺼져가는 목소리로 저를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간절하게 도와달라고 하더군요. 가로등 불빛으로 보이는 할머니는 연세가 80은 넘어 보이는데 전화번호를 불러주면서 아들한테 전화를 좀 해달라는 겁니다. 나이에 비해 총기는 있으시더군요. 오랫동안 아들이 전화도 없고 오지도 않는다는 겁니다.

 

그런데 아무리 전화기를 들고 있어도 받지를 않더군요. 그래서 아들이 어디에 사느냐고 물어보니 거기서 한 20분 거리에 있는 동네인데 할머니가 걷지를 못하니 찾아가볼 수도 없는 모양이었습니다. 출근을 해서 전화를 해줘야 되나 말아야 되나? 갈등을 하다가 직원들에게 의논을 해봤더니 다들 남의 가정사에 끼어들어 좋을 거 없다고 만류를 하는 분위기네요.

 

어제는 어떤 아줌마한테서 낯선 전화를 한통 받았는데 무슨 리서치회사라고 하더군요. 귀찮아서 끊으려고 했더니 집에서 쓰는 컴퓨터 통신회사라고 하더군여. 어쩌다 보니 설문에 응했는데 이것저것 물어본 후에 자기는 이 설문조사로 2,000원을 벌었는데 설문조사에 응한 고객한테는 사은품으로 5,000원짜리 문화상품권을 보내준다고 주소를 묻는 겁니다. 그래서 요즘 5,000원으로 살 게 뭐 있냐고? 주면 한 50만원을 주든가? 했더니 웃으면서 사무실 주소를 묻는 겁니다. 그래서 전화번호도 알고 전화를 한 사람이 직장 주소도 알고 있을 거 아니냐고 했더니 절대 모른다고 하는데 사은품 필요 없다 하고 끊어버렸습니다. 이건 사기전화가 아니겠지요?

 

어저께 예술제에 갔었는데 왠 몸무게 넉넉한 아줌마가 반갑게 악수를 청하는 통에 손을 잡고 한참을 이야기를 했는데 대화 도중에도 이 여자가 누군가? 생각이 안 나는 겁니다. 출마하려는 사람인가? 예총 소속 회원인가? 도무지 생각이 안 나서 지인들에게 저 파란 옷 입은 여자가 누구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는데 며칠 후에 알고 보니 친구 마누라더군요. 너무 살이 쪄서 예전 모습이 없어졌든지 제가 늙었든지 둘 중에 하나겠지요?

 

며칠 전 퇴근 때는 전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길 건너에서 반갑게 손을 흔들며 퇴근하시냐고 인사를 해서 서로 인사를 하긴 했는데 며칠을 두고 기억을 더듬어도 누군지 생각이 나지 않는 것입니다. 하필 그날은 왜 그렇게 만나는 사람이 많은지 집에 가서 세어봤더니 한 시간 걷는 동안에 악수를 여섯 번이나 했더군요. 만나는 사람마다 추석 밑이라 의례적인 인사말을 하느라 걷는 리듬이 깨져서 기분도 별로고 운동도 안 되고 영 거시기 하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같이 근무할 당시에 별로 여론이 안 좋았던 사람이 더 길게 오래 안부를 묻고 인사를 한다는 겁니다. 2-3분이지만 참 짜증나는 시간이지요. 오늘 아침에는 걸어오면서 어제 할머니를 만났던 골목을 자세히 살펴봤는데 간밤에 누군가 그 자리에 토사를 남겼더군요. 개똥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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