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설쳤다.
내일 새벽낚시를 가기로 약속되어 있는데....
눈 밑에 수면부족을 검증하는 잔주름이 보인다.
학원에서 늦은 아이를 기다리며 오래전 영화 “복수는 나의 것" 을 네 번째로 보았다. 역시 이번에도 토막토막 끊어본 탓이라 머리 속에는 송강호가 늘 살인의 추억의 형사로 각인되어 있어 딸을 유괴 당한 사장으로의 명함이 낯설어 보였다.
배우의 처음 이미지가 영화 감상에 이렇게 많은 영향을 주다 보니 TV 연속극에서 울고 짜는 안방 탤렌트들이 영화에 출연해 총질을 하거나 날선 검을 휘두르는 장면을 보면 나는 늘 우스워진다. 잔상에 익숙해져 버린 내 감성의 무딘 탓도 있겠지만 배우의 연기능력 또한 나무라지 않을 수 없겠다.
솔직히 최근 방화의 품질이 시나리오부터 배우의 연기에 이르기까지 아주 괄목상대할 발전을 했다는 인정을 하면서도 선뜻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데에는 시간과 금전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리 국산 영화가 대박이라 해도 나는 비디오나 OCN을 통해 두어달 뒤에 감상하는 걸로 만족한다. 당근 지극히 국내 문화예술의 발전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놈쯤 되겠다. 고로 내 블로그 지인 중에 영화 산업과 관련된 사람이 없음을 매우 다행으로 생각하며 만약 계시다면 무지 죄송한 말씀을 드린다.
영화 쪽에는 박학다식하신 시리우스님도 계시지만 “ 복수는 나의 힘”이라는 영화는 자못 난해했다. 영화가 하드보일드하다는 느낌은 처음 볼 때 부터 가진 생각이었지만 미군축출 재벌해체를 외치는 급진적 사고를 가진 여자가 애인의 살인을 방관한다는 느낌은 사실 좀 어거지로 보였다.
급진적 사고는 지극히 낮은 처지의 사람들을 사랑하는 그 순간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하는데 홀아비의 딸을 유괴해야겠다는 당위성의 추구와 사회의 치부인 쓰레기들의 해소에 영화의 비중을 너무 많이 두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우리 사회의 역반응들을 그냥 풍부한 혈액 속의 살인을 통해 두려움에 관한 흥분지수만 높여주지 않았나 뭐 그런 얘기쯤 되겠다.
써 놓고 보아도 가당찮은 이야기를 했다.
방화도 안 보는 놈이.....
영화를 좋아하시는 애호가들의 훈수가 있다면 정말 행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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