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마느래와 결혼할꺼라고 한참 싸돌아댕기던 시절. 장인될 어른께서 돈 잘 버는 딸년을 꼬드겨 낸 놈이 누군가 해서 직장에다 알아보았던 바 모직원이 나를 평하기를 한참 하급직원이면서 언제 본청으로 올라올지 기약도 없는 변방에 근무하고 있으니 다시 생각해보라고 했었다는 그 엄청난 대외비밀을 결혼 몇 년 뒤에 들었었는데....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그로부터 4년 후 본청에 올라와 근무하면서 그 똑똑한 직원분이 어떻게 생겨 묵은 인간인지 안 따져 볼 수 없었는데.....아이구 그 분이 내 처가 앞집에 장가를 든 사람이더라는 것이다. 어쨌던 그 때 한 지붕 아래 밥 먹고 사는 총각이 장가 한번 가볼라고 용을 쓰는데 꼬추가루를 뿌려댄 것이라서 솔직히 기분 좋지는 않았었다.
결혼해 살면서 처가에 가면 가끔 농담조로 장인장모한테 왜 그 때 억지로 말리지 않고 결혼을 허락했느냐고 부아를 돋우면 “아이고 이제 그 일 잊어버릴 때 안됐냐?” 고 아주 미안해 하시는 걸 은근히 즐기기도 했는데.......좌우지간 우여곡절 끝에 결혼해서 사는데 그렇게 고춧가루를 뿌린 그 양반의 부인되시는 분이 미안하지도 않은지 아주 다정한 목소리로 “ 내 앞집에 살던 무슨 언닌데...급해서 그러니 돈 좀 꿔 줄 수 없니?” 하며 뻑하면 아내에게 전화질을 해대던 것이다.
마누라 직감에 이 언니한테 무슨 일이 있나 보다하여 처가에 소문을 들었던 바 이미 처가 쪽 동네에서는 이 여자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은 사람이 처가 빼고는 없을 정도였고 몇몇 직원들 역시 고이자에 넘어가 거액을 빌려줬던 것이다.
소문이 뒤숭숭하더니 어느 날 갑자기 이 부부는 이혼도장을 누르고 부인은 쫓겨났는데 이미 저질러 놓은 수억의 빚을 갚느라 남편은 물론 친정까지 거덜이 났으며 솜씨 좋은 제비한마리가 거금을 챙겨 도주했다는 소문이 짜했었다.
당시 고교생이던 두 딸과 아들 하나가 있어 엄마 손길이 절실한 시기임에도 그 직원 참 이 악물고 생활하다가 최근 모든 걸 용서하고 재결합 했다고 하는데 그만 그 여자에게 뇌졸중으로 인한 사지마비가 왔다는 이야기가 어제 직원들과 저녁 먹는 자리에서 나왔다.
“장가 잘 갔다는 양반이 왜 그 모양이래?” 집에 가서 마누라에게 옛날 그 이야기 빗대어 한마디 던졌더니 “아이구 아직도 그걸 기억해...머리는 좋아요!” 한다. 여자 나이 오십에 중풍이라니.......다시 마음잡고 살아 보려는 마당에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키 크고 잘 생긴 그 양반 마누라 바람나서 인생 망치고 수차례 승진에서도 제외됐다.
이쁘고 잘나갈 때 제비 키우다 집구석 말아 먹고 늙어서는 남편에게 병수발 받게 생겼으니 난봉짓도 이젠 남녀평등 시대가 됐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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