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달시리 무게가 있거나 중요포지션적인 일을 하는 자리에 있지도 않은 사람이지만 그래도 20년 넘게 밥 묵어 온 직장인지라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영화“괴물”을 보고나니 아~~C발 싶은 것이 뭔가 한마디 안할 수 없는 심정이 되더라.
말단공무원 입장에서 중딩 초딩 아들과 함께 본 영화 "괴물"은 정말 괴물스럽게 공무원을 그저 뭣도 아닌 놈으로 비꼬고 있더라.
겉으로야 "미국"이라는 거대한 자본국가를 끌어 들여 애국심을 부채질하면서도 내면적으로는 국가의 중추적 집단인 공무원 의사 경찰 등을 아주 무기력하고 무뇌아적인 조직들로 묘사하여 사회내부 집단간의 시기심과 불신을 묘하게 부추기고 있었던 것이다.
정작 그런 괴물 같은 짐승이 한강둔치에 나타나 소시민을 그렇게 절단낸다면 정말 우리 사회의 각 공조직들이 그렇게 허술하게 대응하고 있을 것인가?
~~에이 뭘 픽션적인 오락영화를 가지고 그러시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보시라! 중딩 아들놈이 “아빠 요새도 공무원들이 그렇게 돈을 뜯어가요?”하고 묻는다면~~ㅠㅠ
이너넷 상에 공무원 관련 글 하나만 뜨면 온통 공무원은 쥑일놈으로 도배가 되는 판에 우린 좀 너무 한가한 거 아닐까?
대저 국산영화라는 거뜰이 노상 그래도 제법 신뢰받을 만한 사람들 의사, 경찰 그리고 공무원들을 사건만 터졌다하면 아주 무기력하고 생각없는 조직이자 국민의 삶과 동떨어지는 행태를 하는 인간들로 조명해서는 적나라하게 짓밟아 버리는 것이다.
물론 영화 이거 단순히 재미로도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일주일 만에 4백만 5백만이 관람을 하고 속편을 만드니마니 천만명을 노리는 판국에 대한민국 대표적 서민과 구청의 과장이 딸네미 핸드폰 사 줄 돈을 뇌물로 주고받는 현실을 우리 천만국민이 씰씰 웃으면서 에이 공무원 씨발놈들~~ 하며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소름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괴물에게 먹이로 잡혀간 딸이 살아있으니 찾아달라고 울부짖는 송강호를
정신병자로 몰아 부치는 경찰과 의사 그리고 불심검문에 걸리자 뇌물을 건네주는 변희봉과 그를 얼른 받아가는 모관청의 과장이라는 사람, 한강주변 하수도 지도를 돈으로 교환하는 공무원과 비교해
집시법 위반전과로 취직을 못해 항상 10원짜리를 달고 사는 4년제 대학졸업생이 바이러스 감염자로 몰려 탈출 도중 믿을 만한 선배를 만나지만 카드 빚이 6천이란 말한마디로 후배를 경찰에 팔아넘기는 기업 구성원과
동메달 하나로 맨날 2등 인생을 살아가는 배두나 그리고 괴물에게 신나를 들이붓는 노숙자가 공무원보다도 훨씬 낫게 그려지고 있음은 국가적 이해의 난맥이요 아이러니 아니겠는가?
영화"괴물"에서는 이 나라와 국민을 지키는 것은 경찰도 아니고 공무원이나 의사, 간호사도 결코 아니며, 오매불망하는 "미국"도 아님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럼 누가 이 사회를 지키는가?
활시위를 놓은 타이밍을 잃어 매일 2등만 하는 배두나와 핸드폰 신형이 나와도 무관심한 척 구형모델을 그대로 쓰는 학생과 작은 매점을 운영하면서 뜨내기 손님이라도 오징어다리 하나에 신용을 걸고 사는 변희봉과 정의감에 불타는 백수들과 괴물퇴치에 결정적 역할을 보태는 노숙자 등이다.
이런 사람들만 있으면 너끈히 지구를 지켜낼 수 있다는 공통적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은연 중 심어줌으로써 국산영화는 “살인의 추억”에 이어 공무원들을 또 다시 아주 무위도식한 인간으로 엿 먹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 공무원 단체 중 그 어느 곳에서도 반응을 보이는 곳이 없다. 어쨌던 살만하고 제 잘난 맛에 사는 탓이지 아닐까? 유사 이래로 공무원을 제외한 거의 모든 조직들이 자기들의 일상이 비상식적이거나 비효율적으로 표현하는 영화는 절대 만들지 못하도록 견제하였고 법적인 대응을 하여 왔음을 보면 이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게 혹시나 부지불식간에 공무원들이 영화속 서울 모구청의 과장으로 그려진 그 인물의 행태를 여전히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혹은 왜곡된 공무원의 그런 모습들을 스스로 용인하거나 묵인하는 것은 아닌지 참 궁금하다.
불가사의한 민족답게 그래도 아직 공무원의 채용 경쟁률이 몇백대 1이라는 사실이 그나마 큰 위안인지도 모르겠다. 함양미달인 일부 공무원들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공무원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존재이기에 그리 폄하만 할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공무원들 역시 충분히 각성할 필요가 있고 영화 제작자 또한 만만한 콩떡의 위치에서 공무원들의 현실을 올바르게 전달하는 일에 좀 더 신중을 기해 주었으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