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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야그

꽃기린

★진달래★ 2007. 4. 10. 10:09
 

 

겨울 다갔는데 겨울꽃 사러 재래시장엘 가보잔다.


아파트 앞에 새로 생긴 5일장은 그런대로 옛날 정취를 풍기면서 늘상 입구에서 유혹하는 천원에 7개 주는 국화빵 노점부터 순대좌판 생과자 뻥튀기점이 쫘악 있었다.


오밀조밀하게 놓여진 화분가게를 보니 몇 개가 남아 있질 못한데 구경을 하자니 파장이라 그런지 주인이 되게 권하는 것이다. 꽃기린을 살까하는데 별로 싱싱하지도 않은 걸 만오천원이라 불러서 발길을 돌리자니 안주인이 소매를 끌면서 단번에 3천원을 깍아 준단다.


권하는 장사 밑지는 일 없다하는 말도 있듯이 살까? 하는데 주인은 벌써 용토를 비니루에 퍼담고 있다.


5년 정도 자란 꽃기린이라 하는데 까시가 얼마나 드센지 금방 비닐 포장이 찢어진다. 지나가는 할머니가 이걸 집안에 키우면 잡귀가 다 도망가는 꽃이라 한다. 정말 귀신같은 소리 하신다.


베란다에 신문을 깔고 꽃기린을 옮겨 심는데 마누라 옆에 와서 작년에 비료를 흠뻑 줘서 고사시킨 황금 관음죽 이야기를 꺼내면서 기억하고 있겠지? 하고 다짐을 준다. 한대 쥐어박고 싶다.


작년에 거금을 주고 산 관음죽이 비료에 절여져 죽어가는 꼴을 보면서 다시는 화분을 안 들여야지 했는데 또 사게 된다.


근데 자세히 관찰해 보니 잎이 두장이나 누렇게 변색이 되었다. 마누라가 영양제를 사서 꽂아줘야  되겠다고 하길래 집에 있는 비료 주면 되지 뭘 사냐고 했더니 그 죽음의 마이더스 손길을 제발 좀 참으라고 한다.


젠장 잘 자라고 있는 다른 화분은 누가 키우는데 도대체 왜 한번 죽인 관음죽만 가지고 날 의심쩍어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오늘은 퇴근해 가지고 이놈의 의심만 하는 잡귀 좀 물러가도록 문을 활짝 열어둬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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