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집안야그

방생

★진달래★ 2007. 5. 21. 12:47

 

 

금요일 저녁 모임에 갔다가 엄청 늦게 귀가한 마누라는 얼마나 신나게 놀았는지 축 늘어져 있고 하늘은 어두컴컴한 것이 무료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회원 9명인 마누라 등산 팀이 회식을 하는 저녁은 일명 바짓가랭이 닳구는 날이라고 하는데 그날 예약되는 노래방은 절단이 난다고 합니다. 얼굴이 다 핼쓱한 것이 여자 9명이 춤추고 노래한다고 궁댕이를 얼마나 흔들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여자들은 그렇게 신나게 노는데 나는 쉬는 날 어디서 전화 한통 오는 데가 없길래 “본인은 사회생활에 실패한 것이 틀림없어!” 했더니 씨잘데 없는 소리 하덜 말고 심심하면 낚시나 가라고 합니다.


주섬주섬 챙겨서 차를 타고 나가려니 빗방울이 툭툭 차창에 떨어져서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다 에이 물가에서 도나 닦고 오자하고 비탈진 못으로 내려가 첫 대를 드리우는 데 어라! 찌가 쑥! 사라져 버리는 겁니다.


이후로 5시간 동안을 쉬하고 뭐 볼 시간도 없이 크지도 않은 7치~8치 가량의 잉어새끼들이 지겨울 정도로 줄줄이 올라오는데 아직 월척도 못 건져 본 아마추어 낚시꾼한테 물고기들이 그리 협조해 주기는 머리털 나고 첨이었습니다.


가져간 살림망이 꽉 찰 정도가 되서 몇 마리만 남기고 다 석방을 시켜주려고 하다가 언뜻 낼모레가 석가탄신일인데 다른 데 방생이나 해야지 싶어 집으로 가지고 왔습니다.


늦둥이의 놀란 반응 속에 고무다라이에 쏟아 부었더니 정말 한바께스였습니다. 대여섯마리 큰놈은 보신용으로 따로 놓아두고 작년에 문을 연 장애인복지관의 수변공원에 방생하자고 했더니 마누라 좋다고 합니다.

 

아직 공사가 덜 끝난 장애인복지관 수변공원에 소원을 빌면서 잉어새끼를 한바께스 풀어 주었더니 흐흐흐 생사의 갈림길에서 목숨을 건진 물고기들이 좋아라 난리를 치는 것이었습니다.


10여년 전에도 수족관에서 키우던 다슬기가 너무 많이 새끼를 쳐서 계곡 유원지에 한번 방생한 일이 있었는데 다음해 여름에 보니 아이들이 계곡에서 다슬기 잡는다고 시끌뻑적해서 우리 가족들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내년쯤에는 애들이 잉어 잡는다고 복지관 수변 공원에 뜰채 들고 모여들지 않을까 추측이 됩니다.


며칠 있으면 조성한 지 몇 개월 되지도 않은 복지관 수변공원에 잉어가 와글거린다고 소문이 쫘악 퍼지겠지요........ㅋㅋㅋ

'집안야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이 기상청!  (0) 2007.06.18
여권만들기!  (0) 2007.05.25
롤 스크린  (0) 2007.04.23
꽃기린  (0) 2007.04.10
치료비  (0) 2007.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