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첫주 첫날을 구설수로 시작합니다.
사람이 쉽게 피곤해지는 일 중의 하나가 업무상 많은 사람을 대하는 일과
타인의 입에 오르내리는 일일 것입니다.
인사이동에 일언반구 내 의견을 피력한 일이 없었건마는 필요로 하는 부서와 보내줄 수 없다는 부서 간에 알력이 발생하고 그 틈새에 끼인 나는 구설수에 올라 이리저리 해명해야 하는 얼토당토 않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오나가나 문제가 발생하는 저 같은 직원은 참 많이 피곤한 인간이 아닐까? 윗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생깁니다.
며칠간은 머리 처박고 입 다물고 살아야겠습니다.
기분이 별로라서 며칠 전부터 문 닫은 사무실 밑 포장마차를 보고 졸작시 하나
끄적거렸습니다
포장마차
달포 넘게
포차만 휑하니
웃자란 잡초는 트럭의 내장을 기웃거리고
한쪽으로 기운 유리창 틈새로 산그림자 아득하다
저녁 무렵이면 나타나던 허름한 엘란트라가 사라진 후
실눈으로 오뎅 국물의 간을 맞추던 그 여자도 사라지고
그 여자가 심은 공터의 호박잎도 시들기 시작했다
한잔에 500원하던 가냘픈 그 여자의 종이컵 커피와
셋트에 천원이던 샌드위치는 정말 괜찮았는데
오늘,
생림고개 넘어 납품 가던 20톤 트럭 기사가
포차 앞을 한참 서성이던 것을 보고서도
나는 아무 말도 해주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