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이 될뻔한....
시계를 보니 정확히 새벽 2시더군요. 당직실에서 베개를 두 개 받쳐서 북한축구를 열심히 보고 있는데 개가 숨 넘어가게 짖는 겁니다. 이 한밤에 올 인간이 뉘 있을라고? 했지요. 사실 축구 전개상황이 조마조마한 관계로 일어나기가 귀찮기도 했지만은 정문에 매우 잘난 껍질만 CC카메라인 그것이 떡! 지키고 있으니까 말이죠!
그래도 이놈의 개새끼가 계속 짖어대는 것이 마뜩찮아서 쉬도 할겸 꾸물거리며 경비실로 나가봤더랬지요. 이룐! 본적 없는 승용차 한대가 정문 앞에 서 있고 한 인간은 비틀대는 것이 술이 좀 취한 것 같은데 개집 앞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던 겁니다.
아! 그 이름만 듣던 개도둑놈이구낫! 근데 뭐 개를 끌고 가려고 목줄을 잡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이마빡에다 개도둑이라고 써 붙인 것도 아니니 몽둥이 들고 나가서 개도둑놈 잡아랏! 할 수도 없는 일이고 그 좀 처신하기가 애매모하더라고요.
심증으로는 100% 개도둑놈이 분명한데 면전에 나서서 따지기도 그렇고.....개도둑놈이 맞다고 하더라도 적군은 두놈인데...ㅊㅊㅊ. 그런데 그 인간도 눈앞에 서 있는 CC카메라가 좀 깨름찍했던지 뭔가 망설이는 눈치더라구요.
한밤 중 새벽에 정문을 열고 나가서 어떻게 오셨느냐고 물어보기도 그렇고 안 물어보자니 관공서에 들린 개도둑놈 민원인한테 예의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이 사태를 어찌 해결을 해야 되나? 하고 머리를 굴리고 있자니 승용차 안에서 기다리던 다른 개도둑놈 시키가 나를 봤는지 뭐라고 짜증을 내며 씨부려대더니 차를 몰고 내빼더라구요.
아마도 친구들끼리 모여서 축구를 보다가 술 한잔한 김에 저 위에 있는 개 훔쳐서 잡아먹자고 의논을 했던 건지 좌우지간 놀랭이를 노리는 놈이 한 둘이 아닌듯 합니다.
몇 개월 전에 다른 직원이 당직을 하는 날에도 파란복사 트럭이 뒷빠쿠로 올라와서 개를 싣고 가려고 하더라니 과연 여름은 여름인가 봅니다.
오늘도 제가 당직을 서는 날인데 그날의 추억이 하도 찜찜해서리 개를 끌고 와서 사무실 앞에 있는 정자에다 묶어 놨네요. 맨날 밖에서 혼자 놀던 이놈이 안에 델다 놓으니 좋다고 생지랄을 하는데 낼 아침에 개똥 치울 일이 걱정입니다. 먹은 것도 없이 얼마나 싸대는지 ㅊㅊㅊ. 참...밥도 차려다 줘야 하고.
당직서는 날은 내 저녁밥도 챙겨 먹기 귀찮은데 개밥까지 차려줘야 되다니 팔자가 별롭니다. 놀랭이가 입맛이 까다로와서 그냥 사료만 주면 밥그릇을 엎어버려 하다 못해 컵라면 국물이라고 끓여줘야 먹는데 이렇게 키워서 남 좋은 일 홀랑 시키는 거는 아닌지-_-모르겠네용.
볕 뜨거운 한 여름 도처에서 당직 파트너를 노리고 있어 참말로 걱정이 많습니다. 개가 나를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밤새 개를 지켜야 되는 신세가 되었으니 참으로 산다는 게 요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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