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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난야그

밥 팔아 똥 사먹기

★진달래★ 2009. 10. 20. 10:42

 

가을빛 

 

요새 지역별로 계절독감백신을 접종하라는 홍보가 많이 나가지요? 노부부 둘이 거주하시는 저의 시골 처가에서도 이 소식을 들었나 봅니다. 연세가 80인 영감 할마씨도 무료접종을 해준다고 하니 서둘러 아침밥을 드시고 버스를 타고 보건소엘 가셨나 봅니다.


버스 시간이 어중간해서 추운 날씨에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던 모양입니다. 엄청 많은 노인들이 이리저리 맨바닥에 계단에 앉거나 서 있었답니다.


그래서라도 접종을 잘 받고 오셨으면 문제가 없는데 9시 좀 지나 보건소 직원이 문을 열자말자 기다리던 노인들이 입구로 왁자하게 몰리는 바람에 계단 입구에 서 있던 장모께서 인파에 밀려 그대로 맨바닥에 넘어졌다는 겁니다.


당시에는 경황도 없어 서로 부추겨 일어나 정신을 차린 후에 접종을 받고 집엘 왔는데 차츰 온 몸이 아프기 시작했던 모양입니다.


사실이 그러면 얼른 자식들에게 연락을 해야 하는데 부모 마음이 그렇질 못하지요. 마침 추석 때 처가엘 들리지 못한 막내사위가 왔다가 이 상황을 보고 보건소에다 전화를 했더니 보건소 담당자가 되려 화를 내면서 신원을 밝혀라! 당신이 왠 참견이냐? 보건소는 전혀 책임이 없다! 라고 자르더랍니다.


그러니 사위라서 말발이 안 먹히나 보다 싶어서 처남에게 연락을 했던 모양인데 처남의 말 몇 마디에 보건소에서 부랴부랴 구급차를 보내 장모님을 병원으로 모셔가서는 MRI 촬영이다 뭐다 검사를 하고 약을 타주더라는 겁니다.


그렇게 할 걸 왜 보건소에서는 사위가 말할 때는 도리어 화를 내고 아들이 말할 때는 구급차를 보내 치료를 시켜 줬을까요? 사법고시를 몇 번 실패한 아들이 법을 가지고 조목조목 따져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알거나 힘 있는 자 앞에서는 알아서 기는 그 후진국적인 근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요....ㅠㅠ


어쨌거나 치료를 잘해서 아프지 않은가 싶었는데 어제 잠결에 마누라 전화 소리를 들어보니 장모께서 더 편찮으지셔서 심각한 상태인가 봅니다. 모르긴 해도 보건소가 군내의 모든 병, 의원을 관리감독하는 처지에 있다 보니 병원에서도 보건소의 입장을 살피느라 장모님의 병세를 정확하게 진단하지 않은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가는 겁니다. 약간의 타박상이라는데 그렇게 온 몸이 아플 수 있는가 말입니다.


같은 밥을 먹고 있는 처지라 보건소의 입장이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니나 돈이나 책임문제는 차후의 일이고 지금은 치료가 급한 상황이라 그 보건소의 관할을 달리하는 병원으로 빨리 모셔가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만약에 장모님의 병세가 커져서 개인과 보건소의 다툼이 된다면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해지겠는지요? 어느 누구의 일방적 잘못도 아닌 일을 두고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될지 생각해 보니 골이 아픕니다.


민원을 대하는 공직자들 매사에 더 세심해져야 될 일입니다. 접종하는 아침에 누군가 좀 일찍 출근해서 오시는 노인분들 순서대로 줄 세워서 한 사람 한 사람 접종 받도록 안내를 좀 했더라면 하는 사고 후의 아쉬움이 너무 큽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 밥 팔아 똥 사먹는 일! 좀 그만 했으면 하는 바람이 절로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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