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일터야그

있을때 잘하셈^^

★진달래★ 2010. 9. 13. 11:58

 

잔디축구장? 

 

 

사무실에서 관리하는 소운동장이 하나 있습니다. 축구장 크기만 한. 올여름 비도 잦고 동네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지 않아서인지 풀이 자라 거의 잔디축구장 비스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추석 지나고 나면 산 밑 동네 사람들 운동회도 하러 오고 노래자랑도 하니 운동장을 정비할 필요가 있어서 잡초 제거할 공공근로 두 사람을 받았습니다. 한 달쯤 됐지요. 70가까운 어르신 두 분인데. 연세도 있지만 농사를 지으시는 분이라 아주 정정하십니다.


전에 공공 근로하시던 장소는 큰 운동장도 있고 일도 많고 또 집에서 버스를 두 번이나 타고 가야해서 아주 힘이 드셨던 모양입니다. 오던 첫날부터 두 분이 아주 만족해하시더군요. 뭐 제가 좀 물러터진 것인지 쉬어가면서 더위 안 잡수시게 알아서 일 하시라고 했던 탓이지만 말입니다.


한국 사람은 좋게 대해주면 더 좋은 걸 바라는 그 무엇, 일본 사람이 나쁘게 말하던 조선인의 “곤조”라는 게 있는 모양입니다. 날이 갈수록 점심시간도 자꾸 길어지고 쉬는 게 일하는 것이 되고 뭐 그렇더군요. 운동장의 잡초는 하루 한 평도 채 뽑아지지 않고. 게으름이 좀 심하다 싶어서 말을 한번 해야지 싶더군요. 그런 찰라에 마침 담당자가 들렀던 것입니다. 전화로야 뭐 늘 일 잘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말입니다. 왜 이리 진척이 없냐고 하더군요.


 

 

 

보고가 들어갔던지 운동장 잡초는 뽑지 말고 제초제를 살포하라는 지시가 왔습니다. 70노인 더러 물 한 말이 들어가는 분무기를 지워서 제초제를 살포하라고는 못하겠더군요. 다른 직원도 비번이라 에라이! 내가 하고 말자! 싶더라고요.


요즘 분무기는 참 발전했더군요. 예전에는 왼손으로 공기압력을 넣고 오른손으로 약을 뿌리고 그랬는데 요즘은 전기밧데리가 장착돼서 스위치만 넣으면  약제가 슈웅 뿌려지는 게 아주 재미가 있더군요. 근데요, 두 통째까지는 아주 재미있게 물통을 지고 약을 뿌렸었는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어깨가 슬슬 결리는 것이 약 냄새도 매캐하고, 어쨌든 운동장에 약을 다 뿌리고 남아서 청 내 잡초가 있는 데는 찾아다니면서 쏠쏠 다 뿌렸습니다. 세 통을 치고 나니 하늘이 좀 뿌옇게 보이는 것이, 온 몸이 땀으로 젖어들더이다. 홀랑 벗고서 찬물 뒤집어쓰는 게 천국이고 극락이고 그렇더군요.


 

 

 

그 시각에 공공근로하시는 분들은 뭐하고 있나 싶더군요. 나무 밑에서 과일  깎아 드시고 있더군요. 뭐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폰으로 전화가 오더군요. 공공근로자들을 원위치 시키라는,


내일부터 원래 일하시던 곳으로 출근을 하시라고 했더니 두 분이 말이 없으십니다. 출근도 불편하고 일도 많은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니 기가 차는 것인지? 그러기에 엔간히 게으름 피우시고 일 좀 하시잖고....하려다가 말았습니다.


제초제 뿌리고 나니 기침도 나고 눈도 좀 띵해지는 듯합니다. 다래끼가 나려나? 눈을 까뒤집어 봐도 별 거 없는데, 아마 비린 것을 필요로 하는 가 보네요. 오늘 저녁에 전어 회라도 한 접시.....^^ 노가다했으니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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