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은 시각에 메시지가 오기를 “내일 구제역 살처분 현장으로 출근하시기 바랍니다” 라는 문자. 오지게 추운 날씨에 이런 거 한번 피해가는 행운은 왜 내게 없을까? 일찍 일어나 두텁게 껴입고 도착한 살처분대상 돼지농장이 있는 면사무소. 많은 군인이 이미 도착해 있고
방제복 2벌에 장갑 세 겹, 덧신 2벌을 챙겨입은 완전무장으로
돼지를 감전사시키는 전기침. 큰 돼지는 죽었다 되살아나는 경우가 많아 수의사가 따로 근육이완제를 주사하는데 약이 효과를 발생하는 2~3분 이후 숨을 거두는 순간이 참으로 눈뜨고 못 볼 광경이더이다.
돼지농장
먹이를 주러 왔는가 싶어 반갑게 맞이하는 이 귀여운 돼지새끼들까지
돼지합장묘지
감전사한 돼지들
단지 전염지역 주변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구제역관련 가축 살처분 비상근무를 하면서 미국 영화 28일후와 레지던트 이블을 생각했습니다. 의학으로 그 원인과 이유를 알 수 없어 치유가 불가능한 그런 전염병이 돈다면 아마 인간도 그 특정지역을 봉쇄하여 이렇게 돼지처럼 살처분해버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정말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경험이었습니다. 공무원이고 군인이기에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일이었지만 직접 돼지를 죽여야 하는 도축장 직원이나 수의사들의 정신적 고통을 이해할 수 있겠더군요. 심약한 어떤 직원은 자다가 식은땀을 다 흘렸다고 합니다.
구제역 발생지역 주변의 가축을 모두 도살 매몰 처분하는 방법을 피할 수 있는 다른 해결책이 하루빨리 연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너무 큽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저녁 작업을 위해 맨땅에 앉아 먹는 꽁꽁 얼어버린 배달 도시락 반찬에 또 돼지고기가 들어있더라는 사실입니다. 대부분 젓가락이 안 간다고 하더군요. 삼겹살은 당분간 먹지 못할 거 같은 예감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