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칠된 현관문
볼라벤인지 나발인지가 방문을 한다고 각 사무실 2명씩 차출하여 밤새 비상근무를 하라는 명령이 떨어져 존경하고 사랑하는 직원들을 쫘악 훑어보니 다들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하는지라, 여직원 빼고 아줌마 빼고 하다 보면 빤한 인원인데....우선은 1번 타자로 자원을 하고 사무관 세 분 중에서 말석 사무관님이 자원을 하셔서 무사히 명단을 통보했다.
“아마존은 옷을 입지 않는다 ”는 정승희 감독이 쓴 책을 한권 읽고 티비를 눈이 아프게 봐도 새벽 2시가 안되네. 2층 직원은 뭘? 하나 싶어 올라가 봤더니 긴 의자에 책이라도 베고 누울 것이지 머리를 땅바닥에 늘어뜨려 참 불쌍하게 시간과 싸우는 중이고
3층에는 컵라면 끓여 한 젓가락 권하는데 이럴 때 덜썩 젓가락 걸치는 건 건강에 별로다.
사무실에서 이렇게 잠 안 자고 죽치면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일까? 손발 다 묶여 아무짝에도 움직일 수 없는 형편에 무슨 비상근무? 바람을 막으라는 것인지? 비를 못 오게 하라는 것인지? 깜깜 새벽에 현관문이 바람에 떨어져 나가는지 무사한지 그것만 쳐다보다가 하룻밤을 샜다. 내집 아파트 유리창에는 신문지 한 장 못 붙였다. 볼라벤은 그렇게 혼자 까불다가 남의 동네로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