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인이 가난은 한낱 남루에 지나지 않는다고 노래했다.
부와 명예와 권력을 모두 누린 그에게 다른 시인이 발끈했다.
논 닷 마지기 짓는 농부가 자식 넷을 키우고 학교 보내는 일이 얼마나 고달픈가 우리는 다 안다. 집 한 칸 없는 소시민이 자기 집을 마련하는 데 평생을 건다는 것을 우리는 다 안다. 새끼들 키우느라 기둥뿌리가 뽑히고 개똥논이 날아가는데 그래도 가난이 한낱 남루에 지나지 않는가?
가난에 대해 좀체 입을 열지 않는 한 소설가가 술김에 말했다.
전쟁이 끝날 무렵, 병든 아버지를 다리 아래에다 뉘어 놓고 아침저녁으로 밥 비렁질을 나다녔는데 그때, 소망이 딱 두 가지였단다.
첫째는 병든 아버지가 돌아가 주셔서 밥 동냥이나마 짐을 덜고 싶은 것. 그래서 동냥해 온 음식을 혼자 맘껏 먹어치우는 것이었고, 둘째는 분유 깡통 같은 데에 철사 끈을 양쪽에 매어 들고 구걸 다니는 게 창피해서 다른 동업자 아이들처럼 미제 군용 반합을 구해보란 듯이 밥을 얻으러 다니는 것이었다. 그 군용 반합이 그처럼 부러워 보일 수가 없었다고.
그는 다른 소설가가 쓴 가난에 대한 소설에 대고 발끈했다.
* 우리는 걸핏하면 음식을 버리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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