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가는 길에 산세베리아 분갈이해야 되니 꽃집에 맡겨 놓고 가자해서 그러자 했다. 실내 공기정화에 좋다고 해서 사온지 2년이 채 못됐는데 이것이 얼마나 잘 자라는지 줄기가 축 늘어졌다.
단골로 가는 꽃집에 들러 화분을 들여 놓고 한참을 기다려도 여자가 안나오는 것이다. 뭔 흥정을 이리하나 싶어 다시 들어가 봤더니 하이구마 주인여자랑 머리를 처박고 계산기를 두드려 대고 있다.
"또 사는 군! 또 사!"
요새는 어쩐 일인지 눈에 뵈는 것은 다 사고 싶어 한다.
산세베리아 화분 하나에 2만5처넌. 심어주는데 마넌. 벤자민 5마넌. 무슨 넝쿨 식물 같은 걸 여섯 개 만5처넌. 심어 주는데 2마넌.....분갈이 하나 한다더니 또 10마넌이 넘게 나간다.
어제 큰애 여름 바지 하나 사러 가자더니 상하로 여섯벌을 골라 40마넌을 긁었지...오늘 또...속에서 열이 쓸 오르는 것이다.
그렇게 써대면서도 늘 자식은 자식인생이고 우리는 우리대로 노후준비 해야 된다고 말은 잘한다. 불따구가 나서 휑하니 혼자서 산엘 올라가 버렸다.
약수터에서 물 한잔 먹으면서 앉아 있자니 비지땀을 흘리면서 올라와서는 “돈 많이 썼다고 혼자고 내빼는 거야?”라고 쪼갠다. 말이나 못하면......
저녁에 꽃집에서 배달 왔는데 큰 화분 세 개를 들여 놓으니 거실이 숲으로 변한다. 우떤 놈이 돈을 주던 간에 일단 숨쉬기는 좀 나은 것 같다.
돈이 좋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