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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야그

종이신문

★진달래★ 2006. 10. 27. 11:46
 

 

소규모 신문사가 있습니다.


업무관계로 편집장 겸 사장을 잘 압니다. 직원이 13명인데 정해진 월급도 없이 생기면 생기는 대로 기름값 정도를 주는 데 그래도 정론 직필한다는 소명감으로 기자들이 버티고 있는 모양입니다.


지방지 사정은 거의 비슷비슷해서 대부분 월급이 없고 준다고 해봐야 월 40~60만원 정도를 주니 알아서 먹고 살아라는 형편이랍니다. 그러니 사기꾼 비슷한 기자가 생기는 거겠지요.


아~~물론 이 신문사는 그런 류가 아닌 줄 알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 9월에 창립 3주년을 지냈군요. 물론 그럴싸한 창립기념인사도 뭐 메이져 신문 못찮게 거하게 보내주었고요.


어저께 이 신문사에서 대빵의 취임100일 인터뷰를 땄습니다. 물론 미리 공문이 와서 대화 내용은 벌써 만들어 놨었구요. 신문을 보는 독자들이야 그 인터뷰 기사를 보면서 아! 이 양반이 참 좋은 이야기를 하는구나? 하지만 대부분의 인터뷰는 짜진 각본대로 가는 겁니다.


화면이야 그럴싸하게 조명, 마이크 갖다대고서 녹취도 따고 그러는 거지만 그건 그냥 폼이고 이야기 내용은 벌써 메일로 편집자에게 가 있는 거지요. 그러니 정치에 바쁜 인사일수록 그 대화 내용이 뭔지 한번 읽어 보지도 않은 경우도 많고요.


좌우당간 10여분 인터뷰를 해서는 대문짝만하게 났는데 이룐....써준 인터뷰 내용이 너무 낯간지럽게 과대 포장되어 있는 겁니다. 씁쓰레하더군요. 그런데 잉크도 마르기 전에 전화가 와서는 신문 보낸다고....이빠이 띄워놨으니까 얼릉 보고 드려 달라! 어쩌구저쩌구....하는 겁니다.


가난한 신문사라는 건 알지만 정론직필을 생명처럼 한다는 양반이 반대급부에 뜻을 두고 그러니 또 성질이 나더군요. 돈 앞에서는 장사가 없는 모양입디다. 10분도 안되어 신문 30부를 보내 왔더군요.


보고를 들어가니 “장”이라는 양반 입이 헤~~하는 겁니다. 민망스러워서.....중용과 도덕을 목숨처럼 여기라던 공자님도 아부에는 어쩔 수 없다 하더만은 ....속으로 체면이 좀 있으쇼! 했지요.


반응이 어떠냐고? 신문사에서 또 전화 옵니다.....그리고는 나랑 소주한잔 약속을 하자는 겁니다. 이유야 뻔하지요?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지면을 그만큼 빌려 얼굴을 냈으니 흥정을 해보자는 거겠지요? 종이장사들은 절대 술값 내는 법이 없습니다. 만나자는 전화가 계속 오는 걸 모른 체 팽쳤습니다.


근데...

“장”이라는 사람이 거하게 포장된 자기기사에 얼마나 만족을 했던지 지역구에 나눠 줄거라고 300부 정도를 구해오라는 겁니다. 잘됐다 싶어서 사정이야기를 했지요. 신문사 운영이 참 어렵다 한다. 이 기회에 언론사를 좀 도와주시면 다음에 좀 쓸 일이 있지 않으시겠냐?


OK하더군요.

전화를 연결하니 신문사 전직원 회식을 요구하더라네요.

돈 백 정도는.... 물론 개인 돈으로 술이든 밥이든 사는 것이겠지만 그런 알량한 거래로 독자들에게 과대포장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건 정론직필 아니지요.


봉투의 두께로 흥정되는 신문기사.....죽음을 불사하고 전쟁터에서 가감 없는 기사를 써내는 종군기자의 정신을 독자들이 바라는 건 단지 욕심일까요? 아시죠? 세상은 대부분 말장난 글장난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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