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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야그

재판소구경!

★진달래★ 2006. 9. 28. 16:06
 

 

부산고법 301호 법정은 쥐죽은 듯 조용했습니다. 허긴 죄 지은 인간들이 불려온 곳인데 지가 무슨 통뼈라고 떠들겠쉽니까? 80년 5월에 불타는 애국심으로 집회하다가 즉결심판석에 선 이후 공무원노조 건으로 창원지법에 가고 이번이 3번째이니 어쨌든 재판소하고는 나도  은근히 인연이 있는 모양입니다. 대령하랍시는 시간보다 20분 일찍 들어갔더니 사기꾼 재판이 벌어지고 있더군요.


양복쟁이들이 6억을 쓸쩍 띵가 먹다가 잡힌 모냥인데 재판장님 선처를 바란다고 주둥이는 잘 놀립디다. 다음 차례로 지팡이를 짚고 걸음도 겨우 걷는 할배가 기듯이 피고인석에 서는데 오모나 25년생이라는디 성폭행범이더만요.


자고로 사나이는 숟가락 들 씸만 있어도 사고를 친다더니....귀도 어두운지 주민등록 번호 주소를 묻는데 완젼 엉뚱한 소리를 해싸서 판사도 웃고 말더군요.


담달 18일 선고한다고 다시 나오라 허니 짜증을 내면서 재판장님이 알아서 잘 처리해 달라고 하는데 할배 그 연세에 주책이신 거 아시남?


다음이 우리 차례라서 피고인 이름을 차례대로 부르는데 검사는 닦아 조지고 판사는 불러 조진다 하더니 역시 불러대더만요. 나는 어디에 서야 되는지 몰라서 피고인 옆에 나란히 서 있었더니 증인은 증인석에 서시오 하는데 젠장 뻘쭘해집디다. 증언을 해봤어야 자리를 알지...


선서하라 해서 오른손 들고 선서문을 읽는데 마지막 줄에 증인 ooo에는 내 이름을 넣어서 읽는 걸 모르고 안했는데도 그냥 넘어 갑디다. 판사도 헷갈릴 때가 있겠지요. 읽고 나니 판사가 거짓말하면 처벌 받을 수 있으니 잘하라고 겁을 주는 겁니다. 근데 그 때 왜 조아하는 여자 생각이 나는 건지...ㅋ


심문 들어가서 변호사가 뭘 묻는데 가짓수가 얼매나 많던지...그리고 좀 큰소리로 하면 좋을 텐데 속삭이기는 넨장.....그래야 범죄자들이 귀를 쫑긋해서 집중한다나 뭐라나? Ac.....연애하는 것도 아니고....11가지 대답을 다하고 나니 판사가 검사 심문하시오 하는데 검사란 친구가 지긋이 본인을 째려보더니만 강적인 줄 눈치챘는지 암말도 안하고 됐다고 하더만요. 함 붙어볼라고 투지를 키우고 있었는데 싱겁습디다.


판사가 증거물인 메모지를 뒤적이면서 이게 뭔 말이냐? 고 물어보길래 들여다보니 작년 12월에 내가 한 메모지더만요. 휘갈겨 쓴 메모지가 부산고법 판사 손안에 있는 걸 보니 신기한 생각이 다 들더군요.


그 단어 두마디가 형량에 크게 작용할 모양인지라 말할 기회를 주지 않는데도 덧붙여서 상세히 설명을 했더니 판사가 건방지게 생각하는지 딱 째립디다. 그러고는 고생했다고 집에 가라하는데 뜨그랄 이거 할라고 불렀냐 싶은 게 성질이 좀 나더만요.


임석공무원이 붕알 빠지게 쫒아 와서는 도장 찍고 차비하라면서 거금을 주대요. 재판에도 손님이 밀립디다.


만덕터널을 넘어오는데 영감탱구가 전화를 해서는 너거는 재판 잘 마쳤나? 나는 한시간 동안 피고석에 서서 검사한테 시달렸다! 고 하는데 세상에 천상천하 유아독존으로 살던 감탱이가 그렇게 시달렸으면 학을 뗐지 싶습디다.


그래도 끝끝내 나보고 증언 잘해 줘서 고맙다 인사를 안하는 걸 보니 아직도 내 상관인 줄로 착각을 하고 사시는 거는 아닌지? 시내로 들어와 재판정에 같이 같던 팀들이랑 늦게까지 통음을 했습니다.


18일 선고에 피선거권이 되살아나는 형량을 받지 못한다면 상고를 하겠다니 이런 넨장 팔자에 없는 증언 때문에 한양구경을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정신도 몸도 몽롱한 상태로 집에를 갔더니 마누라 하품을 찌이익 뺕으면서


“요즘 잘 노십니다!” 합니다.

에이그...여자가 뭘 알간...놀랠까 싶어 말도 안했는데 크크크....좌우지간 살면서 안가봐도 될  한곳을 오늘 무사히 다녀왔습니다.


세상살이 참 늴리리야니나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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