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20분에 학부모 간담회 있다고 해서 학교를 가려는데....아들놈이 ...차는 왜 안 나와요? 하고 짜증을 냅디다. 딴에는 새 차를 타고 학교에 가고 싶었던 모양인데 그게 내가 만드는 것도 아니고....에이그,
대강당에 아이들은 의자에 어른들은 썰렁한 방청석에 앉혀 놓고....인문학박사출신의 교장이 합격축하 인사를 하는데 이 나이 되도록 학교 현장에서 들어 본 적이 없는 아주 장대한 스케일의 이야기를 30여분 동안 학생들한테 들려줍디다.
반쯤은 영어로 반쯤은 국어로 글로벌리더로서의 자질향상을 위한 교육목표와 학생들의 공부요령을 선진국의 유명대학과 비교하며 설명을 하더군요.
또한 합격생 150명의 경쟁자는 국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선진국의 우수한 인재들임을 강조하면서 이 학교에서 열심히 배워서 나라와 인류를 위해 봉사해 달라고 하는데 흐미이 가슴이 다 뭉클해집디다.
아울러 500여명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강당에 모여 이야기를 듣는데 핸드폰 벨소리 한번 안 울리며 집중하는 걸 보면서 역시 뭔가 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청각실로 옮겨 교장과의 간담회가 있었는데 외국서 생활하다 온 외교관부모들과 대기업 국외지점에 근무하다 온 부모들의 교육관은 확실히 차원이 다르고 안목이 높더군요. 당장에 SAT(유학시험)의 착실한 준비를 요구하고 유학반 편성 그리고 원어민 교사의 자질을 따지는데 저 같은 촌놈은 어안이 벙벙해집디다.
아들이 입학시험을 잘 봤다고 장학금 이야기를 하길래 돈 걱정 좀 덜겠구나? 했는데 왠 걸 입학 전 1월에 다시 시험을 봐서 장학생을 선발한다고 하면서 시험과제로 내준 학습량이 얼마나 많았던지 “ 이게 군대지 학교냐?” 애가 불평이 대단한 겁니다.
어쨌던 이놈이 얼른 기숙사로 들어가기만 하면 아침마다 깨우고 또 깨우는 난리와 컴퓨터게임 가지고 시끄러울 일이 없어질 것이기에 아이고 생각만 해도 행복해지는 겁니다.
근데 마누라가 차 뒷자리에서 아들에게 뭐라고 하느냐하니
“기숙사 들어가면 먹고 싶은 것도 맘대로 못 먹으니 아빠한테 맛있는 거 많이 사달라고 그래라!”고 속삭이는 겁니다.
네엔장....애도 다 컸으니 나가서 돈 좀 벌어오라고 하면 결혼 때 5년간만 맞벌이하기로 약속하지 않았냐고 벅벅 대드는 여자가 돈 들어가는 일은 얼마나 잘 만들어내는지....어이구 내가 미쳤지 그런 약속은 왜 해가지고....뒷골 땡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