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상에 애들이 좋아하는 얼큰한 김치찌개가 올랐는데 제주산 흑돼지란다. 쫄깃쫄깃한 비곗살이 먹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돼지고기 비계는 바로 살로 간다던 닥터의 경고가 뇌리를 치고 갔다.
한두점이야 뭐 어떠랴? 싶어 젓가락을 대는 순간 흐익...노린내가 코를 찌르는 것이다. “이거 뭐야! 잘못 산거 아냐? 제주산에 왠 냄새야?”
인상이 팍 찌푸려지면서 열심히 먹고 있는 늦둥이가 궁금해
"야! 넌 냄새 안나냐?" 물으니
“난요! 감기가 들어서요.. 냄새 안나요! 맛있는데요!” 하며 열심히 먹는 것이다.
마누라 그제서야 “빈이도 안 먹더니 정말 냄새가 심해?” 하면서 심각히 들여다보는 것이다. 육고기찌개 종류는 입에 대지도 않는 사람이 끓여내는 솜씨는 신기할 따름인데 맛을 보더니 속은 것 같다고 불쾌한 표정을 짓는다.
밥 먹다 말고 냉장고에 넣어둔 꽁꽁 언 고기를 꺼내는데 다섯뭉치나 된다. 많이도 샀다. 밥 먹고 마트에 좀 가잔다. 대형마트가 이럴 수가 있냐고? 부시럭거리며 종이박스를 뒤져 영수증을 찾아냈다.
운동복을 갈아입고 마트엘 가는데 당신은 들어오지 말고 차 안에 있으란다. 예전에 마트에서 좀 별스럽게 시끄러웠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제발 공무원 티 좀 내지 말라는 거다.
몇 년 전 사가지고 온 계란 몇 개 중 깨진 부분에 오공본드가 발라져 있는 걸 우연히 알았다. 이걸 마트에 전화를 했더니 먹는 데 아무 이상이 없을뿐더러 생산자가 그렇게 한 걸 자기들이 어떻게 책임을 지겠냐는 거다.
계란 판을 들고 가 점장을 찾았다. 과정을 이야기하고 마트를 이용하는 손님더러 직접 생산자하고 잘잘못을 따지라는 게 말이 되냐며 목소리가 높아졌다. 고객들이 둘러서서 웅성거리니 그 때서야 이게 아니다 싶었던지 점장이 소매를 끌면서 사과하는 뜻으로 계란 몇 판을 드리겠다는 거다. ㅊㅊㅊ 괘씸한 인간....본드 발라진 것 만큼 다른 계란을 받아왔었다.
환불 안해 준다면 다른 손님들 듣게 목소리만 좀 높여 봐! 그래도 안 되면 내 위생과 직원 연락해서 원산지 확인 해 볼께! 했더니 마누라 씨익 쪼개면서 마트엘 들어갔었다.
10여분 지날 즈음....마누라 금방 환불해 주더라면서 다른 무슨 봉지를 들고 왔다. 이미 고객들이 많이 물리러 왔었던지 두말 않고 환불해 주면서 맛 봐달라고 다른 고기도 조금 넣어주더라는 거다.
제주산 흑돼지라고 판매는 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던 거지 싶다. 모르고 먹어주면 돈 버는 거고 알고 시끄러우면 환불해 주면 되고....에이그....세상이 다 그렇게 돌아가는 건지?
마트 주인이 자주 바뀐다 했더니 인수해 두어달도 안됐다는데 장사하는 꼴을 보니 또 별로 머지 않은 것 같다.
어제 단골 마트하나 개비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