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들 회식하는데 나보다 11살 많은 형님께서 아주 흥분하더이다. 먹은 술이 확 깨는 것이.....나도 모르는 사이 그 양반한테 내가 좀 까칠하게 대했던 것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술먹은 개라고 술자리서 못할 말이 뭐 있겠습니까 만은 업무적인 관계가 그리 섭하게 생각되었다면 먼저 자신을 돌아봐야 하는 건데 공무와 개인적인 정을 혼동하신 듯 합니다.
어차피 직장이란 게 “계급”사회이고 “일”로 연결되는 조직인데 같은 졸병끼리 형님이 지금 좀 심한 거 아니냐? 고 한마디 했더니 펄펄 뛰는 겁니다.
아주 상말로 내일 사표 쓸 것처럼 막말을 하고서는 먼저 가버리는데 참 어의가 없더만요. 직원들이 놀라서 내만 붙잡고 말리는데 넨장 참.....그 동안 닦아 온 높은 내공과 크크크 절제의 고통으로 웃으면서 참았습니다. 사실 뭐 근근이 참았던 거지요.
군에서....3년을 짠밥 먹다가 제대를 몇 달 앞두고 병장이 초급하사관을 모시게 되면 하사관은 군은 계급사회라고 계급으로 병장을 잡으려 하고 말년병장은 내가 짠밥이 얼만데...뭐니해도 군대는 짠밥순이여! 해서 갈등하고 자존심과 기세의 싸움이 붙는다더니......
밤새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직장 생활 20여년에 뭐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다 있나 싶은 것이....나이 많다고 내가 얼마나 생각하고 챙겨주는데 싶기도 하고....
아침에 출근해서 앉아 있는데 그 형님 초췌한 얼굴로 올라오더군요. 어제 잘 들어 가셨냐고? 이야기 좀 합시다! 하는데 깜짝 놀라는 것이.....갑자기 안됐다는 생각이 왜 들었는지 모르겠습디다.
내가 그 동안 형님을 모시는 데 좀 섭섭한 부분이 많았던 것 같은데 다 내가 잘못한 탓입니다. 앞으로 잘 할테니 용서를 하십시오! 했더니 손을 붙잡고 미안하다고....미안하다고.....
먹고 산다는 게 고행이지요. 시련의 연속이지요.
.
.
.
퇴근하는데 비가 부슬부슬 내리더군요. 둘 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느라 사무실에 있던 내 우산을 같이 쓰고 가는데 멀찍이 떨어져서 우산 안으로 들어서질 못하는 거 보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 형님은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두 정거장이 떨어져 있어서 내 우산을 줬더니 맥주 한잔 하고 가면 안 되겠냐? 고......다음에 하자고 했습니다.
술이 죄지요. 그렇게 마음 약하고 순한 양반이 순간을 못 참아 어린 직원들에게 부끄러운 꼴을 보이게 만들고....언젠가 기회가 되면 근무강도가 약한 파트로 보내주도록 건의할 생각입니다.
'일터야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봉사활동! (0) | 2007.08.11 |
---|---|
개울도 아닌데 미꾸라지가 너무 많아.... (0) | 2007.07.18 |
출세를 해야~~~! (0) | 2007.07.05 |
소한마리.....! (0) | 2007.06.26 |
끗발 (0) | 2007.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