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고향에 팔촌쯤 되는 아주 부자인 친척이 있었습니다.
얼마나 부자였는지 그 집이 모내기나 타작을 시작하면 온 동네사람들이 그 집서 밥을 먹을 정도였습니다. 뭐 일은 좀 같이 거들었겠지요.
친척 집에는 곱게 늙으신 할머니가 계셨는데 노상 동네 쪼무라기들을 불러서는 사탕이나 과자 이런 것들을 나눠주고 해서 아주 인기가 좋았습니다.
그런 어느 날 할머니가 위독하시다는 연락이 왔고 우리는 모두 그 집으로 모였습니다. 할머니 돌아가시면 사탕이나 과자 먹기가 힘들겠구나 하니 좀 슬퍼지더군요.
장례식 날 마당 한가득 할머니 다니시던 교회에서 사람들이 와서 찬송가 부르고 작별 기도한다고 집안이 떠들썩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누군가가 아주 흥분된 목소리로 지붕 위를 가르키면서
“저기 무지개가 떴다...주님께서 영접하러 오셨나 보다.....은총이다!”
“할렐루야~~!”
뭐 이런 소리를 하는 거였습니다. 장례식을 준비하던 온 동네 사람들이 지붕 위를 바라보았고 저도 눈이 빠지게 지붕 위를 쳐다보았습니다. 아니 무지개를 찾느라 온 하늘을 두리번거렸지요!
저는 무지개를 보지 못하였습니다. 억울하게 내한테만 무지개가 안 보였나 싶어 저녁밥 먹으면서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한테 물어보기까지 했습니다.
사탕도 많이 주고 참 착했던 할머니에게 정말 무지개가 나타났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거던요. 참 실망스러웠습니다.
한 동안 동네사람들 모여 앉으면 티각태각 하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무지개를 보았다는 사람들과 별 미친 소리 다 듣겠다는 사람들과.....
아프간 피랍사태로 말미암아 지금도 이런 무지개 안무지개 같은 이야기로 그렇게 인자했던 할머니의 신앙이 저잣거리에서 휘둘리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입니다.
잘되면 제탓 못되면 남의 탓이라더니.....ㅊㅊ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