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세상야그

처음처럼~~~

★진달래★ 2007. 8. 17. 10:37
 

 

퇴근하려는데 문자가 삐리리 - “양곱창 먹으러 갈 수 있나요?”


내가 뭘 먹으러 가자면 돈이 어딨냐? 고....외식 안하기로 해놓고 그새 또?.... 잔소리가 바글바글해도 애들이 뭘 먹고 싶다면 바로 꼬랑지 내리고서는 보드랍기가 비단결이다.


몇 번 가본 적이 있는 양곱창집을 갔는데 개업할 때 와서 선물도 받아갔으니 제법 단골이랄 수 있겠다.


양곱창을 구워 소주를 한잔 마시는데 마누라는 희멀건한 곱창 속의 기름기를 보더니 이걸 먹느냐고 질겁을 한다. 보기에는 그래도 정말 맛있다고 애들이 아무리 권해도 못 먹겠단다.


전에도 애들하고 나만 가라고 해쌓더니 이번에는 같이 간다길래 한번 먹어볼 줄 알았다. 애들이 실망하기도 잠시 지들은 잘만 먹는다.


할 수 없이 미끄덩한 섬모가 없는 막창은 좀 먹을란가 싶어 2인분 시키자니 아! 이놈의 주인여자 안색이 좀 별로다. 먹으면 그냥 같은 걸로 계속 드시지 다른 걸 시키면 소스랑 밑반찬이 다시 내와야 하니 성가시다는 뜻이렸다.


마음이 약한 마누라 그럼 비빔냉면이나 먹겠다기에 냉면을 주문하자니 이 주인 여자 뒤에 손님이 물냉면을 시키니 같은 걸로 하면 안 되겠냐고 한다. 요새 장사가 좀 되나 보다.


속에서 뭔가가 부글부글 올라와 한마디 하려는데 애들이 잘 먹는데 참으라고 마누라 눈짓을 한다. 속을 다독였다.


개업할 때는 이 주인여자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 곱창을 구워주기까지 하더니....돈을 많이 벌었나 보다. 처음처럼이 참 아쉽다. 다시 안 오면 그만이지 뭐!


손님 대우도 못 받으면서 껄쩍지근한 마음으로 먹어도 배가 부르다. 애들을 집으로 보내고 자전거도로를 걸어 연지공원으로 가는데 여전히 도로는 사람들로 붐비고 자전거들은 속력을 내고 있다.


게다가 마누라가 아는 사람은 어찌나 많은지 인사를 나누는 동안 나는 멀건이 서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리 발이 넓으니 다음에 시의원이라도 한번 출마해 보라고 하니 실실 웃는다. 전혀 생각이 없지는 않은 모양이다 ㅋㅋ.


공원으로 올라가는 징검다리를 건넌다.

 

 

 

 


공원에는 막 음악분수 쑈가 시작되었고 수벽에는 레이져를 쏘고 있다. 요동치는 분수의 물줄기에다가 영상을 쏘는 것인데 화질이라 고는 거의 기대할 수도 없는데도 사람들은 탄성을 쏟아내며 즐긴다. 솔직히 별로다. 돈 내고 보라면 아마 볼 사람 없을 것이다.


바람이 불어와 분수의 물이 한쪽으로 날리니 사람들이 와아! 시원하다고 난리를 친다. 그 모습들을 보니 참 걱정스럽다.


몇 년전 대학의 수질관계 학자들이 이 공원 연못의 수질에 대해 비공개적인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었다. 물의 흐름이 없이 정체된 상태인 이 연못의 물은 현재 썩고 있는 상황이라 분수 가동시 뿜어올려지는 수분을 시민이 흡수하는 것은 건강에 매우 안 좋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빠른 시일 내 연못의 물을 퍼내고 준설을 해서 물을 갈아야 한다는 것이었는데.....여러 상황적인 요인들이 작용하여 유야무야 되어가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며 그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업무상 득한 지식의 발설 금지,,,.뭐 이런 사정으로 입을 다물어야 하는 인간도 참으로 불쌍하다 할 수 있겠다.

 

 


분수대 물이 바람에 쏠리는 곳을 쫓아다니며 즐거워하고 있는 저 아이들이 누군가? 나보다 더 용기 있고 먹고 살 걱정 없는 이가 이런 사실들을 좀 크게 말해 줬으면 싶다. 에이그....목구멍이 포도청이라서 알면서도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하는 나는 정말 불쌍한 백성이다. 고로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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