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잔하시죠?
벌초를 마치고 돌아와 노곤한 마음으로 전어를 시켜 동생과 소주를 한잔하고 있는데 경찰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더군요. 경찰차 몇 대가 누군가를 추적하는 듯한.....
좀 있으니 삐이익 하는 브레이커 잡는 소리와 함께 “퍽~~촤르르~!” 하더니 여러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온 식구가 주방 베란다로 뛰어나갔지요. 하얀색 코란도 운전석 옆문에 사람이 하나 매달려 있고 코란도는 도망가기 위해 이리저리 핸들을 틀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동시에 소리쳤지요.
“저 미친놈 봐라! 사람 죽이겠다!”
좀 있으니 사이렌을 울리며 경찰 차 두 대가 들어오고 아파트 구내는 온통 사람 천지로 휩싸이더군요. 이사한 7년 내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운집하기는 처음이었을 겁니다. 당근 동생과 술 먹다말고 그 운집한 군중에 2라는 인구를 더 보태기 위해 내려갔습니다.
운전자는 술이 떡이 됐는지 경찰차 뒷자리에 대가리를 처박고 있는데 수갑을 차고 있더군요. 앞머리가 반파된 코란도 속에는 여자가 두 사람 타고 있는데 하나는 고개를 창 밑에 숨기는데 하나는 핸펀을 들고 날뛰고 있더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음주측정을 피해 도주하다가 우리 아파트로 들어온 것이고 주차장에 세워 둔 카니발을 완전 뭉개었고 또 도망치는 걸 카니발 주인이 코란도 옆문을 잡고 늘어진 것이었지요.
경찰이 와서 수갑을 채웠는데 “내가 뭘 잘못했는데 수갑을 채우느냐?” 고 그 운전자가 바락바락 악을 썼다는 이야긴데 주민들 이야기가 도로에 애라도 있었으면 죽었을 거라는 말이었습니다.
낯짝을 보니 고작 대학 1~2학년 같은데 주민 대부분이 저런 썩어빠진 정신을 가진 애한테 차를 사주는 그 부모들도 대단한 사람이라고 나무라는데 글쎄 공부하라고 사준 부모하고 음주운전하고는 뭐 관계가 있을까요?ㅋㅋ
어찌됐던 코란도에 매달렸던 카니발 주인은 앰뷸런스를 타고 병원엘 가고 그 부인되는 사람이 차를 둘러보는데 완전 새 차인 카니발이 걸레짝이 된 걸 보고는 할 말을 잃더군요. 근데 그 구경꾼 중의 한사람이 5분 전에 내가 저기 주차했었다고 안 해도 될 이야기를 쓸데없이 다 하더이다.
경찰차 두 대가 다시 들어와 현장 확인을 하는 와중에 코란도 옆에 탔던 그 여학생이 군중을 보고 “씨발....뭔 구경났어요! 집에 들어가세요! 씨바....” 하기에 좀 어이가 없어지더이다. 그래서 한마디를 했습니다.
“지랄 이년아! 이게 구경이지 머꼬? 돈 주고도 못 보는 구경인데 니 같으면 집에 가겠냐?“ 했더니 주민들이 와 웃더이다. 동생도 "가시나 니가 친구면 저래 술 먹고 운전하면 말려야지 니도 똑 같은 인간이다. 니도 수갑 차야 돼!" 또 주민들이 하하하 웃더이다.
그랬더니 너도나도 그 여학생을 뭐라 하는데 어떤 아줌마가 “가시나가 남의 아파트에 들어와 이리 시끄럽게 사고를 냈으면 미안하다고 해야지 뭐 싸가지를 부리냐?” 하더군여. 아줌마 말씀 100% 정답!
술을 한잔 먹었으면 운전은 절대 말아야 될 일이고 그냥 단속을 당하면 음주 측정해서 처벌을 받았으면 이런 대형 사고는 없었을 터인데 도망을 가다가 이런 큰 사고를 냈으니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음주측정을 피해 도망을 가는 운전자는 끝까지 추적해서 처벌하는 것도 공익을 위해 좋은 일이겠지만 그 추적을 피하려다 이런 대형 사고를 내는 것 또한 국가적 손실일 듯도 한데 정답이 뭐겠는지요?
어쨌든 “음주운전” 이거는 범죄입니다. 절대 안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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