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큰 돌을 저리 둥글게 갈았을까?
어제 늦게 전화가 와서 사돈어르신(누나 시어머니)의 병문안을 가게 되었지요. 올해 여든아홉이신데 평소 아주 정정하시더니 1월말 갑자기 호흡이 곤란해지셔서 입원을 하셨다는 겁니다.
제가 기업을 다니다 공직 발령을 받아 누나한테 몇 년 얹혀 산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가끔 작은 아들네 집을 들리시던 이 어르신이 저를 아주 좋아해주셨던 겁니다.
80년 대 중반에 첫 공직을 시작하면서 일반음식점지도업무를 했었는데 단속을 나가면 식당주인들이 담배를 많이 챙겨 주더이다. 사실상 잘 봐달라는 뇌물인데 저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 담배를 사돈어르신에게 가져다 드리고는 했지요.
그렇게 담배를 50여년 가까이 즐겨 피워 오신 탓에 폐암말기라는 검진결과를 받게 되신 거라는데 어제 어르신께서 평소 보고 싶었던 가족 친지들을 모두 부르라고 말씀을 하셔서 입원 보름 만에 급히 전화를 하셨던 모양입니다.
산소호흡기를 꽂으시고 아주 해맑은 얼굴로 누워 계시는데 조카인 민주 외삼촌이라고 인사드리니 아주 반가워하시더군요. 오랜만이라고, 제 얼굴이 그대로라고 하시더이다. 폐암이라니....그 때 담배를 드리지 말 것을...ㅠㅠ.
연세가 있으셔서 수술도 항암치료도 안 하시고 약물치료만 하시는데 가족들 다 모이니 유언 비슷한 말씀을 하시더군요. 화장하고 뼈는 단지에 담지 말고 뿌려라. 다시 또 단지 안에 갇히기 싫다. 수의는 가장 좋은 옷으로 해라.
누나가 저승가시면 시아버지 만나셔서 다시 재미있게 사시라고 하니 그 영감이 지금쯤은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렸을 거라고 하시면서 웃으시더군요. 사람은 목구멍에서 숨이 멈추면 누구나 가게 되는 거라면서 눈만 감으면 누가 데리러 오는 것 같다고 하시더이다.
9시쯤 병원을 나오는데 매형이 술 한 잔 하자고 그러더군요. 평소 극진히 모셨고 어르신도 아주 즐겁게 사신 탓인지 가시는 걸 홀가분하게 받아들이시니 자식들도 마음이 편한 가 봅디다. 솔직히 제가 더 마음이 착잡하더이다.
설은 넘기고 돌아가시면 좋겠다는 매형 이야기를 들으면서 꼬박 3년을 번갈아 대소변 받아냈던 부모님 생각이 났습니다. 아무리 9988234라고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틀을 앓고 사흘 만에 죽는 게 소원이라 해도 너무 쉽게 이승을 버리는 것 또한 자식들에게 안타까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