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놈이 그 말 많은 수련회를 떠나고 한적하게 이틀을 보내고 있습니다. 집안에 애가 없으면 적막강산이라더니 참 그렇더이다. 오래 살아온 마누라랑 눈만 멀뚱멀뚱 소 닭 보듯이 티비만 쳐다보고 앉아 있는 꼴이 머쓱하더래요.
아침밥을 먹으면서 그러더군요. 올해는 절에 가서 등을 하나 달자! 맨날 그놈의 돈돈하다가.....! 뭐 그런 식으로 궁시렁거리길래, 왜? 그럼 이제 그놈의 돈이 해결되서 등 달자는 거야? 하고 물으니, 그게 아니고 맨날 돈돈하면서 몇 년간 등도 하나 안 달아서 애가 여드름이 그렇게 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하는 겁니다. 흐흐흐.
전라도 어디로 답사를 간 큰놈이 간만에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는데 수 십 만원 들인 여드름 치료가 단단히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겁니다. 살만하니까 밖에도 나가고 그러는 모양인데, 글쎄 말입니다. 답사를 간 전라도에 무슨 절이 있었는데 혼자 올라가서 향 피우고 간절히 기도를 했다는 겁니다.
그놈의 여드름 때문에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으면 그럴까 싶어서 가슴이 찡한데 넨장, 오늘부터 시작되는 학교 축제에서 술장사하는 부스를 맡게 됐다는 겁니다.
술하고 여드름하고는 앙숙관계라고 병원에서 절대 가까이해서는 아니 될 상대라고 했는데 술장사를 한다니 저거 엄마 가슴이 또 무너집니다. 그 동안 돈 들인 게 말짱 도루묵이 안 되어야 될텐데....그래서 답답하니 초파일날 등이라도 달고 빌자고 하는 건가 봅니다.
인간이란 거는 영악해서 제 스스로 몹시 답답하면 간구하게 되나니.....이럴 때 뭐라고 딴소리를 하게 되면 또 밥상머리가 시끄러워질 건 뻔한 일이라, 그럼 하나 달든가? 하면서도 차마 얼마짜리를 달 것인지는 물어보질 못했습니다. 5만원 넘어갈까 싶어서...후덜덜덜!
어쨌든 요즘은 자식 하나 있는 동서가 너무 훌륭해 보이고 안 낳고 사는 집은 우러러 보입니다. 만들어 놓은 걸 이제 와서 후회해 봐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은 어쩌다 생겨서 낳은 우리 아버지 세대와는 틀리게 제가 선택해서 낳은 자식이니 쎄 빠지게 키워야겠지요.
자식은 애물단지라 하더니만.....그래도 이틀 동안 애가 안 보이니 글쎄 그놈이 또 기다려지는 건 참 알다가도 모를 간사한 인간의 심리입니다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