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애들야그

애물단지

★진달래★ 2010. 6. 22. 12:05

 

 

 

방학해서 아들이 집엘 왔습니다. 저거 엄마가 4개월 만에 집에 온 아들 행색을 보더니 통 식사를 못하네요. 애가 삐쩍 마른 것이 그놈의 여드름 때문에 음식을 가려서 통 영양식을 먹지 못한 탓입니다. 불쌍해 죽겠다고 하네요. 낯설고 물설은 서울에서 혼자 여드름과 싸우며 공부하느라 맘고생이 무지 컸겠지요.


길게 자란 머리카락부터 스포츠컬러로 다듬고 입에 맞는 음식 좀 먹이고 나니 사람 같아 보입니다. 두 달간 서울에서 받은 여드름 치료 덕분인지 온 얼굴이 울긋불긋하니 많이 상해 있습니다. 외출하면 사람들이 잘 생겼다고 다시 돌아보는 얼굴인데 버려 놓았습니다.


오후에 저거 엄마랑 미리 예약해 둔 시내 피부병원을 갔더니 왠걸 이 병원에서는 음식 가릴 필요 없다고 뭐든 많이 먹고 운동하고 느긋이 기다리라 한답니다. 어느 의사 말을 들어야 되는 건지? 그래도 애가 겁을 먹고 여드름이 날까봐 고기 먹는 걸 꺼려서 참 마음이 아픕니다.


몸무게를 재보니 서울 갈 때보다 6kg이나 빠졌답니다. 저거 엄마 또 가슴이 찢어집니다. 키는 더 컸는데 체중은 저리 빠졌으니 보충하려면 잘 먹여야 될 터인데 쪈 많이 들게 생겼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마누라가 그 비싼 한우 갈비를 다 사옵니다. 아들 차별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불평이 많은 늦둥이도 속으로는 엄청 좋아합니다. 덕분에 갈비 뜯게 생겼으니까요!


햇볕을 쐬지 말랬다고 밖엘 안 나가고 하숙방에서 박혀 공부를 좀 했는지 2학기에는 장학금을 받을 거 같다니 여드름 치료비는 나올 거 같네요. 숨이 좀 트입니다. 망할 놈의 여드름 때문에 입학하고 나서 여학생하고 데이트 한번 못했다고 이번 방학 때에 기필코 여드름이 나아야 된다고 하는데 참 걱정이 태산입니다.


방학해서 집에 오면 중학생 영어 과외나 해서 제 등록금이나 좀 벌어줬으면 싶더니만 말도 못 꺼내고 있습니다. 그놈의 여드름! 망할 놈의 여드름! 때문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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