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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야그

샌드위치

★진달래★ 2011. 1. 20. 20:45

 

 

 

며칠 전부터 세면대 밑에 달린 배수관에서 물이 샌다고 하더군요. 머리를 뒤틀어 올려다봤더니 쇠로 된 배수관에 구멍이 뚫렸더이다. 이리저리 있는 지식 다 동원해서 분해를 했는데 가지고 있는 공구로는 어째 고칠 수가 없더군요. 아파트 관리실에 문의를 했더니 부품 파는 데를 알려주면서 사가지고 와서 연락을 주면 기사가 나가서 설치를 해드리겠다고 하더군요.


안 그래도 길 찾는 데는 젬병인 사람이 전화로 대충 들어서 철물상을 찾을 수가 있어야지요? 돌다가 돌다가 짜증이 나서 골목에 차를 대놓고 걸어서 찾아보기로 했는데 젠장 차에서 내리니 바로 앞에 있더군요.


13,000원을 주고 부품을 사다가 관리실에 연락했더니 기사가 둘이나 와서 교체를 하기 시작하더군요. 근데 처음부터 뭔가 좀 어설퍼 보인다 싶더니만 물 빠지는 꼭지를 너무 조여서 나사가 툭! 하고 터져버린 겁니다. 그걸 보고 있던 나도 좀 민망해지는 것이 사온 걸 터트려 버린 기사가 어떻게 행동할지가 예상되면서 약간 우스워지는 겁니다. 잠시 기사 둘이 말이 없어지더군요.


나도 뭔 말을 하기가 뭣해서 잠시 주방으로 내빼서 밥하고 있는 마누라한테 그간의 사건을 고자질하고 오니까 그 기사 양반 하는 말이 “이거 나사산이 불량품이라 터졌으니까 바꿔 달라 하세요!” 하는 겁니다. 내가 봐도 일하는 자기가 너무 힘을 줘서 터진 거고 자기 실순데 싶어서 가만히 있으니까 다시 하는 말이 “볼트를 깎을 때 산을 너무 깊이 팠네~~!” 하는 겁니다.


얼른 세면대를 고쳐야 사용을 할 텐데 사온 걸 저리 터트려버리고 노닥거리고 있으니 화가 슬며시 나서 “가져가면 바꿔주긴 하는 거요?” 하고 물으니 기사 양반이 “그럼 차비 들여 바꾸러 가시느니 윗부분은 헌거를 그냥 쓰고 아래 부분만 바꿔 쓰실래요?” 하는 겁니다. 이 양반들이 참 머리는 잘 돌아가네^^


답답한 놈이 샘을 판다고 하는 수 없이 다시 차를 몰아 그 철물점에 가서 “아파트 관리실 기사가 그러는데 이거 불량품이라고 바꿔오라고 하던데요!”하니 그 사장님 부품을 요리조리 훑어보고는 하는 말씀이 “기사 지가 일하다가 너무 힘을 줘서 깨먹어 놓고 무슨 불량품이라고 그래! 이런 거는 못 바꿔줘욧!” 하는 겁니다.


졸지에 내 돈 주고 물건 사온 나만 중간에 붕 떠서 돈 날리고 수리도 못하게 생긴 겁니다. 그렇다고 아무 죄 없는 내가 13,000원을 버리고 부품을 다시 사는 건 또 뭐가 안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사장님! 그럼 우리 아파트 관리실 기사하고 통화해서 둘이 해결을 보시죠!” 하면서 관리실로 전화를 막 하려니까 그 사장님, “에이! 내참, 새 걸로 하나 갖고 가슈!” 하면서 새 부품을 턱 내주는 겁니다. 아무래도 아파트 앞에서 장사를 하려니까 관리실 기사하고 맘 상해봐야 좋을 것 없다는 계산을 한 것 같더라고요.


어쨌든 얼마나 다행인지 사장님 맘이 변할까 싶어 부리나케 새 부품을 들고 나오는데 뒤에서 그 사장님의 마누라 되시는 여자가 소리를 빽 지르기를 “아니, 이 양반아! 우리 잘못도 아닌 걸 바꿔주면 우리는 똥 팔아 장사하나!”


ㅍㅎㅎㅎ.....요새 하는 일마다 왜 이리 꼬이는지 참 알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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