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아내와 산책을 나갔지요. 우리 동네에는 해반천이라는 제법 크게 흐르는 하천이 있는데 그 주변으로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 많은 시민이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즐기고 있습니다.
어제는 비바람이 분다는 그 잘 안 맞는 일기예보 탓인지 산책 나온 시민들이 별로 없어서 걷기가 한결 수월하더군요. 목적지를 돌아 집으로 오는 도중에 연세가 좀 있어 보이는 부부가 우리를 휙 앞질러 가더군요. 그때쯤 가까운 산머리에 구름이 잔뜩 밀려드는 것이 곧 비를 뿌릴 것 같기도 했습니다.
산책로에는 미관을 고려하여 중간 중간에 아치형으로 작은 다리를 설치해둔 곳이 많은데 한 2미터 앞서가던 그 부부의 남편 되는 사람이 흡사 누군가 뒤에서 다리를 걸기나 한 것처럼 갑자기 다리 중간쯤에서 난간에 얼굴을 부딪치며 아주 심하게 앞으로 엎어지는 것이었습니다.
나무다리가 쿵하고 울리는 소리로 봐서 많이 다친 것 같아 얼른 뛰어가 일으키려는 순간 얼굴을 감싸 안으며 건드리지 말라고 손을 내젓는데 그 부인되는 사람이 비명을 지르더군요. 저거 마누라가 옆에 있는데 굳이 나설 게 없어 보여서 물끄러미 보고 있자니 그 부인되는 사람이 하는 말이
“아이고! 이 신발끈이 또.....”
그 양반은 쇠난간에 얼굴을 부딪쳐 아파 죽는다는데 아내와 나는 걸어오면서 우스워 죽는 줄 알았습니다. 알고 보니 그 양반이 신은 등산화의 오른쪽 끈이 자주 풀리고 그 풀린 신발 끈을 왼쪽발이 밟아서 우당탕 자빠진 것이었지요!
세상에 자기 신발 끈을 스스로 밟아서 그렇게 심하게 넘어지는 사람을 정말 처음으로 목격했습니다. 정말 그렇게 재수 없이 자빠질 수 있는 확률이 로또 당첨이랑 비슷하지 않을까요? 아내가 혀를 끌끌 차면서 한마디 보태더군요.
“100% 인재다!”
여러분! 어디를 가든지 간에 신발 끈 잘 묶고 다닙시다.
자빠집니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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