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부인이 1차 진료기관에 간호사로 있었답니다. 경력이 오래되다 보니 주로 VIP급 입원환자의 방에 배당되어 일을 했다고 합니다. 어느 날 전직 시장이 입원을 하게 되었는데 간호사들 간에 다소의 보이지 않는 경쟁이 생기더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전직 시장이니 만큼 열심히 간호하다 보면 뭔가 좋은 일(?)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겠지요.
당근 그 환자가 지인의 부인에게 배당되었다고 합니다. 온갖 성의를 다해 간호를 하는데, 글쎄 이 양반이 시장을 오래해서 그런지 간호사를 완전 자기 부하로 취급해서 간호일이 아닌 개인적인 일을 시키는 게 너무 많고 뻑하면 병원장을 불러 간호사가 잘못한다고 나무라니 정말 피곤하더라는 거지요. 게다가 퇴원할 때는 VIP손님들이 으례 건네는 봉투는 고사하고 고생했다는 립써비스도 없어서 인간이 영! 별로라고 하더랍니다.
그러던 어느 날은 검은 양복을 입은 덩치들이 호위하는 환자가 입원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흔히 말하는 어깨의 중간 두목 정도 되는 사람이었다는데 이번에는 간호사들이 그 방에 배치될까봐 서로 몸을 사리더라고 합니다. 누구도 그 방을 안 맡으려고 해서 또 지인의 부인이 배당을 받았는데 어찌나 등치의 부하들이 꼬치꼬치 감시를 하는지 첫날부터 숨이 막히더라고 합니다.
그러다 저녁 무렵에 주사를 한 대 놓으려고 들어갔는데 좌우로 등치들이 나열해서 지켜보고 있으니 주사 놓는 손이 덜덜 떨리더라고 하더군요. 어쨌든 비몽사몽간에 주사를 놓고 엉덩이를 주물러 주고 있자니 그 두목이 “어이! 아기씨 먹고 싶은 게 뭐요?” 하더라네요.
지인의 부인은 너무 겁이 나서 그냥 “먹고 싶은 거 없어요!” 하고 도망치듯 나오는데 그 등치의 부하가 간호사실까지 따라오면서, 제발 먹고 싶은 게 뭔지? 못 알아내면 지는 죽는다고 사정을 하더라네요. 그래서 다른 간호사가 “피자요!” 했는데 저녁에 세숫대야만한 피자가 10판이나 배달 되서 간호사들이 회식을 했다고 합니다.
물론 그 두목은 입원기간 내내 얼마나 간호사를 대우해 주는지 퇴원하는 날은 섭섭하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두 사람 모두 조직을 거느린 댓빵인데 어찌 그리 사람 대하는 차이가 나는지? 어깨들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었다고 합니다.
뭐, 전직 시장이라고 다 그렇게 쫀쫀하고 주먹이라고 다 그렇게 너그럽지는 않겠지만 세상에 별사람 많은 거는 맞는 듯합니다. 그렇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