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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야그

낯선 짐승과의 소통

★진달래★ 2011. 12. 15. 11:36

 

 

사무실 울타리 아래 산비탈에 흑염소 농장이 하나 있습니다. 대충 보기에 흑염소가 한 40여 마리 됨직한데 가끔 이 흑염소들이 사무실 울타리까지 올라오기도 하지요. 주인이 같이 거주하지는 않고 큰 개와 염소가 잠자는 움막만 있는 듯합니다.


몇 달 전부터 아침에 구내를 돌아보면서 염소들이 잘 있나 싶어 농장을 내려다보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염소를 지키는 누렁이 한 마리가 아주 거칠게 올려다보면서 짖어대더군요.


하도 누렁이가 사납게 짖어대기에 같이 왈왈왈! 하면서, 잘 잤니? 춥지? 뭐 그렇게 인사를 건넸는데 한 달포쯤 그러고 나니까 이 누렁이 짖는 소리가 점점 작아지더니 어느 날부터는 짖는 소리에 정이 묻어나는 겁니다. 반가워서 짖는 그런 소리 아시죠? 그러다가는 앉아서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는데 항상 약간 높은 언덕자리에서 그러더군요.

 

 

그러다가 최근부터는 내가 울타리 근처에 다가가면 어디 있었는지 보이지도 않다가 달려와서는 꼬리를 흔들기도 한다는 겁니다.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는데 인간과 짐승간의 무언의 진심이 통하기 시작한 이게 바로 소통이란 것이 아니겠는지요?


그 누렁이와 염소가 살고 있는 곳은 멧돼지도 서식하는 산중이라 염소나 개가 위험하지 않을까 싶어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멧돼지가 염소는 공격하지 않는다는데 아마 염소의 노린내를 싫어하지 않나 하는 의견이 있더군요.


보안울타리 아래 약 500미터 떨어진 곳의 말 못하는 짐승하고도 이렇게 마음이 통하는데 왜 대한민국은 몇 년 간을 사람끼리의 소통 문제로 나라가 시끄러울까요? 너무 똑똑해서 그럴까요? 아니면 상대가 개만도 못해서 그럴까요?


오늘 아침에도 누렁이는 가만히 앉아서 나를 올려다보는데 추워 보였습니다. 주인이 밥은 잘 가져다주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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