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1년 만에 처가를 갔습니다. 수 일전부터 장인어른이 많이 편찮으시다는 전화가 왔거든요. 큰놈이 휴가 때 같이 가자고 해서 기다리다가 결국 휴일을 맞추지 못해 어제 다녀오게 된 것입니다. 그 사이 얼마나 많은 터널이 개통되고 고가도로가 건설되었는지 가는 길이 완전히 바뀌었더군요. 길치가 네비게이션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장인어른 오래 86세이신데 편찮으시니 절을 안 하는 것이라 하셔서 예를 생략하고 그간 안부를 여쭙는데 많이 쇠약해지셨더이다. 장모님도 검은머리 하나 없으신 것이 세월은 온 천지에 예외 없이 백설을 내리는 모양입니다.
당일치기로 얼굴만 뵙고 온다고 말씀을 드렸는데도 얼마나 먹을 걸 많이 준비해 두셨는지 올 때는 또 차 트렁크가 꽉 차고 말았습니다. 적지도 않는 딸, 아들이 다 멀리 가서 터를 잡고 있으니 80이 넘은 양주가 지키고 있는 시골집은 적막강산이더군요. 해가 지면 더하겠지요? 돌아오는 발길이 무거웠습니다.
혼자 벌어 먹고산다고 얼마나 고생이 많으냐고? 여전히 자식들 걱정뿐이시더군요. 숱한 세월을 고시공부에 매달리던 처남이 마음을 바꾸어 기업에 입사한 모양이었습니다. 어르신들이 꽤나 좋아하시는데 일찍 좀 그렇게 진로를 바꿨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부모 다 늙어서 이제 객지로 나갔으니...
점심을 먹고 쉬는데 밖에서 장모님이 “저리 안 가..이년이!” 하시며 소리를 지르시고 마누라 웃는 소리가 크게 나더군요. 무슨 일인가 싶어서 마당에 나갔더니 귀티가 나는 고양이가 애처럽게 목을 울리면서 생선 널어놓은 걸 노리고 있더군요. 예사롭지 않은 비싼 고양이더이다.
처가댁 근처 숲에 새끼 낳은 걸 장모님이 보시고 밥을 챙겨줬더니 저리 집에 자주 들린다고 했습니다. 귀여워했더니 종일 떠나지 않고 졸졸 따르는데 아들이 집에 가지고가서 키우자고 어찌나 조르던지 저거 엄마랑 티각태각했습니다. 토종은 아닌 것 같은데 한때는 누군가의 거실에서 애지중지 귀염을 받다가 버려졌겠지요?
인간이나 짐승이나 혼자가 되거나 나이가 들면 저리 사랑이 그립고 사람이 반가운가 봅니다. 아들이 고양이 보러 또 언제 외갓집 가냐고 하는군요. 작별할 때 외할머니를 안아주던 아들이 외할머니 눈에 맺힌 눈물을 보았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