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일터야그

나르는 접의자

★진달래★ 2015. 7. 2. 19:51

 

 

담당여직원이 상담전화를 받는데 얼굴이 벌게지면서 말을 잇지 못하는 걸 남자직원이 전화를 당겨 받는데 곧장 말싸움이 시작되고 그렇게 쌍욕을 하면 녹취를 하겠다는 둥 당장 들어오라는 둥 큰소리가 나더군요. 곧 점심시간이라 식사를 하러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의견이 분분하던 차에 사무실 문이 다급하게 열리면서 몸이 다부진 한 사나이가 누가 XX냐? 고 물으면서 직원이 이름을 말하기도 전에 확 달려들던 것입니다.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본인도 사람인지라 다 죽인다고 소리만 크게 질렀지 뭘 때려 부수든가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는데 잔뜩 흥분한 건 틀림없었습니다. 전후 자초지종을 몰랐던 나는 혹시나 여직원을 때릴까 싶어 여직원을 감싸고 있었는데 보기보다는 여직원이 강단이 있어서 또박또박 그간의 사정을 조리 있게 따져드니 그만 이 양반이 자기 성질에 못 이겨 가만히 있는 접의자를 머리 위로 휙 집어 던지는데 속으로는 컴퓨터를 날리든가 하지? 하면서도 저게 약간만 스치면 한 2주는 쉴 수 있을 텐데 싶더군요.

 

세상에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려 전혀 해결점이 보이지 않으니 이 다부진 사장님이 시장실을 엎어버린다고 소리를 지르며 나가기에 가려면 가봐라 하고 우리는 마침 전통시장 살리기 하는 날이라 시장 안에 있는 식당으로 추어탕을 먹으러 나갔습니다. 말이 열린 시장실이고 시민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라지만 그거는 선거 운동하는 당시에 말이지 시장 당선되고 나면 그게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열린 공간이 아니랍니다. ㅎㅎㅎ.

 

추어탕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사장이 시에서 땅을 불하받아 공장을 지었는데 땅이 침하되면서 땅속의 배관이 터져 수도요금이 엄청 나왔는데 그게 시에서 불하 받은 땅이고 땅이 꺼져 물이 많이 샜으니 그 요금을 전부 탕감해 달라는 것인데....탕감의 조건이 조례에 규정이 되어 있어 거기에 맞춰 진행을 하자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막무가내라 그 사단이 벌어진 것이었습니다.

 

그 사장은 시장실 앞에서 발이 묶였던지 화가 더 치솟아서는 우리가 구내식당에 있는 줄 알고 그리로 찾아가 활극을 벌이는 통에 직원들이 동영상을 촬영하고 신고를 한다는 둥 난리가 벌어졌다고 했습니다. 추어탕을 먹고 사무실로 들어오자니 이 양반이 복도에 퍼질러 앉아 있어서 곧 2차전이 벌어지겠군! 했는데 왠지 아까 그 기운이 다 빠져 보이는 것이 너무 측은해서 ‘사장님 사무실로 들어가시죠’ 하고 팔을 잡아끄니, ‘괜찮습니다. 마음 다 가라앉았습니다. 1시 되면 들어가께요!‘ 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점심시간은 지키자는 것이더군요.

 

정확히 1시가 되니 이 양반 사무실에 들어와서는 본인이 왜 화가 났는지를 장황하게 설명하고 쌍욕을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하는데 하나도 뜻대로 얻어가지 못할 걸 조금만 성질을 죽이지! 생각하니 참 아쉽더만요. 그 양반 가고나서 직원들이 ‘많이 놀랐지요?’ 하고 물어보는데 ‘헐! 뭐 그게 뭔 민원이라고!. 여기 오기 전 체납징수팀에서 조폭들하고 민원 다툼하면서 쌓은 맷집으로 보기에는 영 장난이더라고요. ㅎㅎㅎ.

 

오후에 시장실이나 감사실에서 뭔 호출이 있지 했는데 아무 소식이 없더군요. 그 사장님 혼자 놀다갔나 봅니다. 인간이야말로 처한 환경에서 가장 빠르게 적응하는 최고의 동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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