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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야그

세상일이 내맘대로 된다면야.....

★진달래★ 2015. 7. 8. 16:33

 

 

무려 10개월 동안 백삼십만 여원의 수도료를 연체하면서 체납독촉에도 비웃음으로 일관하기에 단수조치를 나간 식당이 있습니다. 검침요원들이 매달 체납금 납부를 독촉했다는데 그때마다 약속을 철떡 같이 하면서도 입금을 하지 않고 있기에 장마가 내리는 와중에 출장을 나갔었지요.


공단지역 한가운데 있는 아주 큰 2층짜리 식당이었는데 위치도 좋고 주변 몇 개 공장에 점심을 제공하는 관계로 매출이 상당하다는 소문이 있더군요. 건축물대장을 열람해 보니 그 앙칼진 여주인이 건물의 소유주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단칼에 단수를 하기에는 식당이라는 조건이 있어서 통화나 해보자고 해서 전화를 했더니 그 여주인 2층에서 내려다보면서 또박또박 따지기만 하는 겁니다.


직원이 서류를 보여주면서 지금 즉시 요금 전부를 입금하지 않으면 단수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하니 표정이 금새 험악해지면서, 식당에 이렇게 갑자기 단수를 하는 법이 어딨냐고? 2개월치를 내겠다, 50만원을 내겠다, 온갖 엉뚱한 소리를 해대기에 10개월 동안 열 번도 넘게 약속을 어긴 사람이 그런 말할 자격이 있냐고 반박하면서 수돗물을 끊고 돌아왔습니다. 뒷통수에다 뭘 얼마나 퍼붓는지 많이 근지럽더라고요. 아마 하루 정도는 이웃집에서 물을 빌려서 장사를 하리라 예상이 되더이다.


어제 계속 소나기가 쏟아지고 있는데 아침부터 전화통에 불이 나더군요. 그 식당여주인께서 얼마나 속이 탔던지 아마, 출근 전부터 전화를 해댔나 봅니다. 요금을 전부 송금했으니 5분 안으로 물을 풀어달라는 것이었지요. 공단에 점심식사를 제공하려면 다급하기도 했을 터지요.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자기 마음대로 출장이 쉽게 이루어지나요? 보고도 해야 되고 준비도 필요하고 이것저것 챙기고.....근데 그 사장님은 본인이 말한 5분을 못 참고서 열 번도 더 전화를 해대는 겁니다. 해서 제가 전화를 받아, 사장님! 5분 안에는 비행기 타고 가더라도 불가능합니다. 어디 급한 사람이 사장님뿐입니까? 했더니 민원인한테 그렇게 답변한다고 당장 옷 벗긴다고 펄펄, 난리를 치는 겁니다. 소나기 내리는데 옷 벗기면 감기 걸리지...ㅋㅋㅋ.


그래도 식당인지라 다른 곳을 미루고 제일 먼저 물을 풀어주러 나갔는데, 그 여주인 식당 앞에서 눈이 뒤집어져서 기다리고 있다가 차에서 내리는 걸 물끄러미 쳐다보고는 핫바지 뭐 새듯이 사라지더군요. 미안한 걸 알기는 아는구나! 싶더만요.


다음에 그 식당에 점심 한번 먹으로 가자고 직원들과 이야기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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