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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야그

잡초와 말벌

★진달래★ 2017. 8. 22. 17:16

 정문 앞 풍경


 노외주차장


 말벌집



여름이 물러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더불어 잡초와의 전쟁도 끝나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6만여 평의 구내에 잔디며 잡초를 한번 베고 난 후 닷새가 지나지 않아 원상태로 풀이 자라납니다. 기간제로 채용된 제초인부들이 예초기와 손으로 잡초를 제거하고 있지만 날은 뜨겁고 일은 더딥니다.

 

오늘은 정문 초소 앞과 노외주차장의 정리에 인부들이 투입됐습니다. 정문 경비실 앞의 노외주차장은 이용자들이 많지 않은 편인, 위치가 좀 으쓱한 곳으로 늦은 시간에는 아베크족들이 더러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늘 지저분하고 쓰레기가 지천이기 일쑤입니다. 청소하던 인부들이 낄낄대고 한편으로는 혀를 끌끌 차고 있어서 가봤더니 인간들이 놀다간 흔적이 완연한 곳에 팬티도 버려져 있고 CD도 있고 물티슈며....다들 모텔비 아끼려고 그랬다 합니다.

 

근데 그 옆 쥐똥나무 울타리 속에 거대한 말벌집이 달려 있고 벌들이 윙윙거리는데 인부들 왈, 덥다고 차문 열어두고 사랑 놀음 하다가 벌에 쏘여 뒤지는 수가 있다! 고 합니다. 다행히 그런 불행한 사태 없이 볼일 보고 가서 다행이라고 봐야겠지요. 줄무늬팬티가 뇌리에 선명하게 남습니다...ㅋㅋㅋ.

 

사무실로 돌아와 소방서에 말벌 제거 문제로 통화를 하려는데 듣고 있던 직원이 자기가 그 벌집을 따가서 술을 담겠다고 그냥 놔둬달라고 합니다. 며칠 전에 어디서 말벌주를 한잔 얻어 마셨는데 바로 효험을 봤다나 어쨌다나? 어쨌든 말벌집을 따려다가 쏘이면 어쩌려고 그러나? 싶으면서도 약술을 담근다 하니 신고를 미뤘습니다. 아베크족이 카섹스를 즐기다가 벌에 쏘이기 전에 얼른 따가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조용하던 사무실에 갑자기 노방봉주가 이러니저러니 종편에서 떠들어대는 전통치료 방법이 왁자하게 이야기됩니다.

 

‘뭐, 밥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면 되지!’ 라고 그렇게 말은 했지만 그 효험을 봤다는 노방봉주가 어떤 술인지 궁금증이 살짝 생기는 것이 늙어간다는 증거인지 모르겠습니다. 노방봉주가 고혈압에도 좋다고 하는데 인터넷에 보니 겁나게 비싼 술이네요.

 

에이그.....없는 놈은 그저 소주나 한잔하고 운동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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