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학생「문예백일장」개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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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자니 집안 분위기가 어수선한 것이 마누라 쪽지를 하나 건네주는데 경찰서 보안과에서 전화가 와 하는 말이 누구누구 학생집이냐고 확인하고 일요일 8시30분까지 보안계로 나오라 하고 끊더란 것이다.
경찰서 보안과라는 곳이 원래 순하고 어진 백성들이 무지 가기 싫어하는 곳이고 가봐야 요만큼도 덕 볼일 없는 곳이고 근처에만 가도 두드러기가 생길라 하는 곳이거늘 지금 때가 어느 땐데 전후사정도 없이 오라가라 하느냐고 뭣 때문인지도 물어보덜 안했냐고 마누라를 뭐라 했더니 입선을 했다는데 접때 애가 쓴 글짓기 이야기 아니냐고 도로 내게 묻는 것이다.
이럴 때는 마누라고 뭐고 한대를 쥐어박아야 하는데 싸우면 내가 지는 고로 말없이 경찰서 보안과에다 투덜거리며 전화를 걸었더니 아무도 받지 않는다. 퇴근 시간이 지나도 한참이나 지났지만 나는 경찰은 누군가가 꼭 집에 안가고 남아 있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도자기 안에 넣어둔 명함을 가져와 뒤져 보니 우리 사무실을 드나들던 정보담당 형사반장 명함이 있기에 전화를 걸어 물어나 볼랬더니 대뜸 우리과에서 전화했다면서 한다는 말이 “아! 그놈이 박국장 아들이란 말이지....안나오면 안되지...진짜배기 전국 대회인데..” 하는 것이다.
왕년에 내가 공무원노조 일을 잠시 맡으면서 국장을 한번 지낸 적이 있었는데 이놈의 순사들은 평생을 국장이라 부르는데 같이 저녁을 먹고 있다는 경찰서 보안과장도 옆에서 되게 아는 체를 해준다. 애가 애비를 닮아서인지 피는 못 속인다고 백일장에서 한두번 입상을 하다 보니 학교고 시민단체고 행사만 있으면 참가하라고 권하는 통에 애가 머리가 아프다 한다.
호국보훈의 달이라고 6월만 하여도 벌써 세 번을 참가하고 왔던 터다.
게다가 갑자기 경찰서에서 오라는 전화를 받고 보니 가문에 수갑 차고 붙들려 간 사람도 없는데 애가 겁을 내고 안가겠다고 잘 말해달라는 것이다.
마침 시험 기간이고 일요일 학원도 가야 한다기에 불참의사를 전했더니 반장순사가 펄쩍 뛰면서 우리시에서 초중등 6명이 선발되어 가는데 빠지면 난리가 난다고 전화를 끊지를 않는다. 빼도 박도 못하게 된 것이 전화를 안하느니만 못하게 되어 버렸다. 마누라는 애가 스트레스 받는다고 절대 안 보낼 거라고 하지 안가면 순사들한테 내가 무지 들뽁일 것을 생각하니 진짜 내가 골이 다 아파왔다.
안가더라도 내용이나 함 보자고 지방경찰청 홈피를 훑어보니 보통 큰 대회가 아닌 것이 잘만하면 본부경찰청장은 물론 대통령 아저씨하고 악수할 기회도 오게 생겼다.
아침을 먹으면서 그 대회의 크기와 상장과 부상을 부풀려 말하고 애비의 입장을 잘 설명하면서 잘만하면 가문의 영광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했더니 아들놈 이번만 글쓰기 하러 가고 다음에는 절대 안 간다고 약속을 하잔다. 좌우지간 일요일 새벽 낚시를 포기하고 경찰서로 데려다 주기로 했으니 한숨 놨다.
어쨌던 잘 설득해서 아이들 학교 보내고 출근을 하는데 마누라 엘리베이터 앞에서 쓸쩍 기대면서 묻는 말이
“진짜로 부상은 현금으로 주나?” 한다.
ㅋㅋㅋㅋ.....에이 속물....내가 그걸 어이 알랴?....부창부수....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뭐 그런 말들이 퍼뜩 생각나 엘리베이터 안에서 혼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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